헤드라인과 각주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세계를 건너온 편집자의 기록

by 신선순

박물관을 퇴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도대체 왜 나왔어”였습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들어오던 박물관뉴스는

50여 년간 이어져 온

국립중앙박물관의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그래서 그 방향과 기획이

학예사의 시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목소리만이

이곳의 기준으로 남았을 때,

나의 시선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었습니다.


헤드라인보다 각주에 마음이 머무는

언더그라운드한 취향을 가진 편집자에게

그 거대한 세계는

종종 조용한 긴장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을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박물관 유리관 속

완벽한 국보에 대한 찬사가 아닙니다.


설명문 뒤편에 머무는

조금 느슨하고 넉넉한 사물들 앞에서

오래 머물렀던 저의 시선이며,

이름으로 남지 않는 스태프 중 한 사람으로서

기억해 온 장면들입니다.


박물관을 충분히 사랑했기에

떠날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한

이 기록을,

이제 조심스럽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