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오전9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000씨 맞으신가요. 면접순서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어디에 계신가요?”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잦은 야근 탓에 그날도 늦잠을 잔 채 전화를 받았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면접 순서에 맞춰 사무동 1층에 대기해 주세요”
발신번호 2077-9252.
그 번호가 앞으로 내 자리 번호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생각과 몸이 분리된 기분이었다.
머릿속에는 질문들이 엉켜 있었다.
매일 확인하던 채용 게시판을 그날은 왜 놓쳤을까.
오늘이 면접날이라는 사실을 왜 알지 못했을까.
이 하루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옷을 꿰입었다.
화장은 꿈도 꾸지 못했다.
택시에 몸을 던지듯 올라타며 기사님께 부탁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이요. 기사님, 가능하신 선에서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한강을 건너는 동안 차창 밖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이상하게도 다리를 건너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 틀렸다는 생각이 절반쯤 있었고,
절반쯤은 그 커다란 공간 어딘가에,
내가 서 있을 자리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촌역에 도착해서 전속력으로 넓은 길을 향해 뛰어갔다.
뛰다 보니,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무동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긴장한 채 이리저리 길을 찾았다. 박물관 신분증을 목에 건 사람을 붙잡아 간신히 방향을 찾았다.
도착해 숨을 고르고 나서야 알았다.
가장 먼 길을 돌아 사무동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박물관의 첫 번째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