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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Oct 29.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7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7 룸메이트 J



나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2살 위 형이 있었고 형이 하는 모든 걸 따라 하는 동생이었다. 그런 형이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게임에 빠져들었고 아주 어린 나이부터 형의 손을 붙잡고 피시방을 다니곤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줄일지언정 가끔씩 게임을 즐기곤 했는데, 20명 가까이 사는 하숙집에 더군다나 반지하방이었기에 인터넷이 상당히 불안정했다. 조금은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워낙 느린 인터넷 속도에 가끔은 과제하기도 버거웠었고, 온라인으로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도 혹시 시험 중간에 인터넷이 끊길까 봐 근처 카페에 가서 하곤 했다. J도 바로 옆방이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었고 우리는 줄곧 이 부분에 투덜대곤 했다.


그러다가 J가 카톡으로 무언가를 보내줬다. 어느 한 통신사에서 이벤트로 신규 고객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이 나왔고 J는 둘이 돈을 합쳐 반지하에 인터넷을 새로 깔자고 했다. 나는 몇 번이고 고민했지만 J가 간절히 부탁해 동의했다. 사실 인터넷을 새로 계약한다는 것도 어려웠던 새내기 유학생이었기에 J가 많은걸 도와줬다. 그 절차도 복잡하지 않았다. 간단한 개인정보, 신분증, 주소, 자동이체 계좌정보 등만 보내면 됐다. 


J는 결제를 내 계좌로 하자고 했다. J는 이 회사에서 예전에 인터넷을 사용한 적이 있었으므로 신규 고객 할인을 못 받는다고 했다. 본인 몫은 매달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나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은 체 기쁜 마음으로 동의했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인터넷이 생겼다. 


약 8개월이 지났다. 초등학교 동창이 토론토로와 학교에 입학한다기에 나는 그 친구와 같이 살기로 했다. 그래도 같은 동네였기 때문에 J와 종종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며 아쉬운 인사를 하고 이사를 했다. 인터넷은 J가 본인이 계속 사용하고 싶으니 본인 명의로 양도해달라 했다. 그러곤 모든 개인정보를 본인으로 바꾸고 월 말에 결제계좌도 바꾸겠다고 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이 지났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나는 자연스럽게 J와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J와는 워낙 추억이 많았기에 가끔 연락이 닿더라도 둘이 공유했던 인터넷에 대한 생각은 일절 못했다. 



대충 이렇게 생긴 집의 반지하에서 하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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