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머물며 스쳐 지나간 고양이와 마카롱집을 그림으로 그려봤습니다.
제주도에서 살게 된 지 1년이 된 어느 늦가을 저녁, 일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검은 얼룩 반점을 몸에 지닌 하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흰 털이 회색으로 물든, 치열한 길 위에서의 생활이 고단해 보이는 꼬질꼬질한 모습이지만 날카롭고 위풍당당한 눈빛이 꽤 귀여웠어요. 가방에 늘 챙겨 다니는 고양이 간식을 조금 건네자 일진 같던 눈빛이 180도 달라지며 과자에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어치웁니다. 환장하며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경쾌해졌습니다.
다음날, 그 고양이를 만난 곳에 가보니 이번엔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냥이를 볼 수 있었어요. 잘 보니 정갈한 도자기 그릇에 습식사료가 올려져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깨끗하고 작은 물그릇도 놓여 있었죠.
'아, 고양이 밥을 이 집에서 챙겨주시는구나!'
그제야 고양이만 바라보던 눈을 돌려 가게를 살펴보니 '와!' 소리가 나올 만큼 근사한 곳이었어요. 수제 마카롱을 파는 곳이라고 작은 간판에 쓰여 있었고 꽃가게 못지않게 식물이 많이 있어 눈이 휘둥그레져 찬찬히 둘러보니 바로 옆에 있는 꽃가게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공간 같았습니다.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 이런 예쁜 마카롱집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저는 눈을 장식으로 달고 사나 봅니다.
환히 불이 켜진 가게 내부엔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뭔가에 열중한 모습으로 서계셨어요. 아무것도 바라는 마음 없이 작은 생명에게 양식을 기꺼이 내주신 마음씨 고운 사장님과 밥그릇에 그 작은 분홍색 코를 박고 열심히 밥을 먹던 고양이의 모습을 식물의 생기가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사진 속에 담아본 뒤 1년이 지나 그림으로 그려보려 펜을 들었습니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과 화분이 많아 그리면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기도 했지만 이렇게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린적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았어요. 서로 교감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두 생명체가 그림 속 주인공이라서 그런 걸까요?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는 모델들이 그림 속에 숨 쉬고 있어서 더욱 정겹습니다.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그림 보러 놀러 오세요!
인스타그램@nonichoi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