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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이Noni Dec 14. 2021

갈대 타는 참새

참새들의 놀이터 제주도 갈대밭(Ft. 생각이 너무 많은 INFP)


표선도서관에서 나와 해비치 해변으로 천천히 걷는 길입니다.




푸른 하늘과 비췻빛 바다가 펼쳐진 곳에 우아한 갈대밭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는 갈대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갈대를 따라 두 눈도  움직이던 순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어요. 세 마리의 참새들이 한 갈대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갈대를 타고 있었습니다.



작디 작은 두 발로 줄기를 꼬옥 쥔채 모두 바람 부는 쪽으로 얼굴을 두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카메라 렌즈를 줌 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참새들의 표정은 꼭 세상 모든 것을 달관한 듯 차분하고 근엄했지만 갈대 타기를 은근히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새들이 재미로 쉼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갈대를 타고 놀고 있는 건지, 점심으로 먹은 먹이를 소화시키려고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도 걔네들처럼 갈대에 붙어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아보고 싶었어요. 정말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갈대위에서 그저 놀아보고 싶었습니다(생각이 너무 많아 고달픈 INFP).



내가 하는 모든 일을 그저 놀이로 생각하면 삶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어느 과학자는 자신은 태어나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며 인생을 송두리째 바쳤지만 그는 연구를 그저 놀이로 여겼기에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즐겼을 뿐이라 해요.


저 역시 그림 그리는 것을 노는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필명 겸 해외에서 쓰는 이름이 노니예요. '너 뭐하고 노니?' 할 때의 노니. '너 집에서 노니?'의 그 노니 (많은 사람들이 화가를 직업 없는 백수나 한량으로 여기기에 이만한 이름도 없죠).


즐겁고 밝은 마음으로 명상하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쩌다 운 좋은 날엔 귀인이 스르륵 다가와 그림을 사기도 해요. 신기하게도 그림 사가신 분들은 모두 눈이 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분들께 나의 에너지가 구석구석 깃든 그림을 드릴 수 있고 게다가 돈까지 받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기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도 놀이하듯 그림을 그리고, 이제 막 정착한 제주도 곳곳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며 산책해봅니다.


파란 하늘과 귤나무들이, 동백꽃과 돌하르방이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감사한 제주 생활을 브런치에 제주도 그림 풍경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국에 있을 땐 시도해보지도 않던 일들을 이곳 제주에 와서 시작하고 뭘 하든 더 즐거운 마음을 품고서 하게 되어 기뻐요. 환경이 바뀌고, 인간관계가 변하는 등의 징조가 대운이 올 조짐이라는데 정말 그런가요? 그래도 좋고 아니어도 좋아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니 됐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든 브런치 작가분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 그리고 우주의 모든 영혼들이 다 대운을 맞아 모두모두 행복해지시길 빌어봅니다.




*갈대타는 참새들. 작은 종이 위에 수채, 노니그림. 물감은 홀베인, 붓은 루벤스, 종이는 아르쉬 세목.



제가 그린 새 그림들 몇 점 더 감상하고 가시죠~


글 읽어주시고 그림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그림이 보고싶다면-

https://www.instagram.com/nonicho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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