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이야기 - 마라톤, 사회복지사
어제 토요일은 오후에 비가 와서 달리기 연습을 못 나갔다. 인터넷에 보면 우중 러닝을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쉽게 시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요일은 그냥 쉬었다.
일요일 오늘, 낮부터 부슬부슬 살짝 비가 오길래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 나도 한번 우중 러닝을 경험해 보자는 취지로 나갔다.
복장은 전과 같은데 비니 대신 모자를 썼다. 나가기 전 젤 하나 먹고 집을 나섰다.
오후 3시 영상 4도인데 왠지 쌀쌀하게 느껴졌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늘은 그냥 가볍게 달려보기로 했다.
런데이 러닝 앱을 켜고 부술부슬 비가 내리는 공원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안경에 이슬이 맺혀 앞이 살짝 안보였다. 그래도 앞만 보고 뛰었다.
오늘은 예전에 달리던 도촌천 방향으로 달렸다. 어느덧 비도 그치고 시원한 바람이 달리는데 상쾌함을 느꼈다.
5km를 달리고 욕심을 내서 신평길을 지나 자유로 자전거 도로 나들목까지 7km를 달려갔다.
그리곤 다시 유턴해서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곡산역까지 왔더니 10km가 되었다. 그냥 공원길로 들어가서 마무리를 할까 생각하다가 욕심이 더 생겼다. 좀 더 달려 볼까? 몸은 좀 힘들고 피곤하지만 지난번 15km 정도는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중간에 빠지지 않고 계속 달렸다.
12km 정도 달리다 보니 점점 힘들기 시작했다. 다리도 무겁고 발바닥도 저리고 발목도 아프고 계속해야 될까 말까 생각도 많았지만 13km가 지나고 나니 정말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끝을 돌아 다시 돌아오니 16km가 지나고 있었다. 여기서 그만두기 아까웠다. 어차피 일주일 쉬는데 끝까지 달려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인터넷을 보면 하프를 뛰려면 18km는 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지난주 15km도 뛰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뛰기로 했다.
그렇게 17km, 18km가 지나서 공원 근처에 왔다. 여기서 공원길로 들어서면 19km가 나올 것 같았다. 20km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아까 온길을 다시 돌아 더 달려갔다.
그렇게 내가 알고 갔던 모든 길을 돌고 돌아 출발지로 돌아오니 20km가 달성됐다.
작년 3월 달리기를 시작한 후 최대 기록이다. 하프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에 하프 계획을 하면서 살짝 걱정도 했었는데 오늘 20km를 달리면서 걱정이 사라졌다.
겨우겨우 20km를 달려오면서 풀코스를 뛰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이렇게 하프만 뛰어도 힘든데 풀코스를 어떻게 뛸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갔다. 스스로도 풀코스에 대한 기대감은 없어졌다.
앞으로 최대 하프까지만이라도 자주 연습하고 도전해야겠다.
TV나 인터넷 그리고 유튜브로만 본 마라톤 풀코스 선수들이 경외스럽게 느껴졌다.
3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지금 5시가 넘었다. 춥고 피곤하고 힘들다.
하지만, 오늘 하프를 성공적으로 달려 마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