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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m와 20km, 나와의 고독한 싸움

여덟 번째 이야기 – 마라톤, 사회복지사


우리 회사는 매년 1월이면 CEO, 임원, 신입사원들이 참여하는 신년 산행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예전에는 부장, 차장급까지 참여했으나 인원이 너무 많아 단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임원들과 신입사원으로 한정해서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금요일은 회사 신년 산행이 있던 날이었다. 보통 서울 시내 청계산을 주로 다니다 이번에는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신년산행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어 아침에 일찍 현장에 도착해서 행사를 지원하고, 산행 후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경 행사가 끝나 집으로 왔다. 

행사 관계로 몸이 피곤하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금요일 오후에 집에 오니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생각 끝에 달리기 연습을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한 주간의 영하의 추위가 사그라진 금요일 오후라 날씨는 괜찮았다. 

평상시처럼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음, 오늘은 어떻게 달리기를 할까 잠시 생각하다 시간을 단축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6분 이내 페이스로 달려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달리기는 시작됐다. 숨이 턱턱 막혔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6분 이내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3~4 Km는 어느 정도 참고 달릴만했는데 절반이 지나서부터는 몸이 지치기 시작했다. 

러닝 앱의 소리를 들으며 집중했다. 6분 이내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지난 대회 1시간 이내 들어왔던 기록을 생각하며 달렸다. 그렇게 10km를 달렸다. 59분 53초, 5분 57초 페이스를 기록했다.

내가 그동안 혼자 연습하면서 뛴 10km 기록 중 최고의 1시간 이내의 기록이었다. 마라톤에서는 1분 단축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오랜만의 금요일 저녁 러닝을 잘 마치면서 스스로의 흐뭇한 맘으로 하루를 마쳤다.     


오늘은 토요일, 다음 주 있을 어머니 생신 기념으로 가족들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후 4시가 다 되어 갔다. 

아침부터 일어나 이것저것 정리하고, 어제의 후유증으로 몸도 피곤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옷을 챙겨 입고 공원길로 나섰다.

어제 10km를 달렸으니 오늘도 10km를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단, 어제처럼 속도를 내고 시간을 생각하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내 페이스에 맞춰 10km를 도전했다.

겨울철 오후시간이 되면 금방 어두워져 멀리 가진 못했다. 어제처럼 공원길을 왕복하는 연습으로 10km를 달렸다. 역시 힘들었다. 지루했다가 정답일 것이다.

똑같은 거리를 달려도 같은 길을 짧게 왕복하는 건 정말 지루하고 힘들다. 오히려 멀리 다녀오는 것이 심리적으로 덜 힘든 것 같다.

4시가 넘어서 나오니 뛰다 보면 어두워지며 가로들에 불이 들어온다. 

어제 달리기 후유증인지 아님 몸이 피곤해서인지 오늘 달리기는 너무 힘들었다. 5km를 달리면서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10km를 달렸으니 오늘도 10km를 달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간신히 1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1시간 5분 6초, 그리고 6분 30초 페이스를 기록했다.

달리기는 참 힘들다. 근데 포기할 수 없다. 쉴 수 없다. 참 매력적이다.     

오늘은 일요일, 금요일, 토요일 달리기 후유증으로 온몸이 쑤셨다. 하루 쉴까 생각도 하다가 시간이 아까웠다. 다른 뭔가 해야 할 것도 많지만 오늘 달리지 않으면 달릴 수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금 용기를 내었다.

오후 4시, 연속 3일째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제, 그제와 비슷한 날씨로 똑같은 복장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요즘은 공원길에서 종종 달리는 분들을 보게 된다. 여러 생각들이 많이 들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내 앞 길만 보고 무조건 달린다.

핸드폰 뮤직 플레이어에 담겨있는 달릴 때 듣는 음악에 귀 기울이며 힘듦을 이겨내면서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 앱에서 매 킬로마다 나오는 안내 음성을 들으며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오늘은 도촌천 길을 따라 달렸다. 보통 다니다 길이었다. 보통 턴하던 5km 지점을 지나면서 쫌만 더 달려볼까 생각했다. 그렇게 1km, 2km, 3km, 4km를 더 달리다 보니 9km 지점에 와 있었다.

처음 오는 길이고 시간도 늦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9km 지점에서 턴해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뛰어갔다.

오늘은 잘하면 다시 20km를 달리수 있을 것 같았다. 6분 30초 내외의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계속 뛰었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15km 지점에서 집에서 가져온 젤을 하나 먹었다. 시큼시큼 상큼 달콤했다. 

그렇게 젤의 도움으로 17km를 달리다 공원길 근처에 들었다. 그만 들어갈까? 20km를 채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더 뛰기로 결심했다.

다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닌 양 무거웠지만 여기서 그만두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하천길을 계속 달려 18km 달리고 19km를 달려 공원길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1km를 달리고 달려 오늘도 무사히 20km의 기록을 만들었다.

달리기는 나와의 싸움이다. 피곤하고 힘들고 귀찮지만 이것저것 핑계를 다 이야기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뛰어야 한다. 뛴 만큼 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3일 연속 마라톤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뿌듯한 주말 시간이었다. 하지만 몸은 너무 피곤하다. 앞으로 한 주 동안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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