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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프마라톤 완주

달리는 사회복지사, 두 번째 하프 완주 이야기

2024년 4월 28일 조선일보 서울하프마라톤이 개최되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으로 편의점 즉석죽과 즉석 고구마로 배를 채우고 5시 45분 첫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공덕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는 곳에는 이미 많은 마라토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4 정거장을 지나 광화문역에 내렸다. 지하철 역부터 바깥 행사장까지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다.

이번 대회는 하프와 10km 대회가 동시에 진행되며, 출발지와 도착지가 달라 7시 20분까지 짐을 맡겨야 해서 인파들을 피해 서둘러 짐 보관하는 곳으로 갔다.

대회복과 물건을 챙기고 짐을 맡겼다. 그리고 광화문 앞에서 몸을 풀었다. 차로만 지나다니던 곳을 이렇게 맘껏 걸어 다니고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마라톤의 장점인 것 같다.

열심히 몸을 풀고 긴 줄로 가득한 간이 화장실을 들러 하프 참가자 대기 라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출발 30분 전, 사회자의 멘트는 스피커가 울려 귀에 들여오지 않았지만 외빈 인사로 장미란 선수(문체부 차관)가 소개되자 참가자들이 모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정각 8시가 되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하프 A 그룹부터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회기록이 없어 D그룹에 속해 있었다.

A조 출발, B조 출발, 그리고 갑자기 화장실이 걱정되는 몸상태가 되었다. 다녀올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밀려서 앞으로 나갔다.

C그룹, 그리고 드디어 D그룹의 출발신호와 함께 달려 나갔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주변은 보이지 않고 화장실 생각으로 정신이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앞으로 가는 코스 어딘가에 화장실이 있을지가 온 머리에 가득했다.

광화문을 출발해서 시청을 지나 충정로로 향했다. 가는 내내 두리번두리번 건물들만 쳐다보며 뛰었다.

회사 인근 공덕을 지날 때 내가 알고 있는 건물 화장실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좀 더 지나서는 사람들이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한참 기다릴 수 있어서 무작정 뛰었다.

그리고 결국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공원 화장실에서 몸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그동안 7KM를 달려오면서 주변 경치도 못 보고 마포대교를 처음 달려보면서 분위기도 못 느끼는 안타까운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내 달리기 시작했다. 여의도를 지나 양화대교를 접어들었다. 정말 이곳을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온통 도로가 통제되어 마라토너들로 가득 찬 다리를 보며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합정역을 지나 망원역이 15KM 지점이었다. 

망원역에서 마포구청 가는 길이 엄청 오르막 길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발바닥 통증으로 겨우겨우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6KM가 남았다. 

오늘은 특히 더운 날씨도 그렇지만 코스가 힘들었다. 오르막 코스들이 많아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18KM에서는 정말 나도 걷고 싶었다. 아마 내가 뛰는 속도도 빠른 걸음 수준이었을 것이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의 지친 모습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마지막 20KM 지점에서 이온음료와 물을 마시며 달렸다. 도착점이 다되어 가도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지난번 하프 기록을 단축해 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화장실로 인해 페이스가 무너졌고 힘든 코스들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대회의 마지막 종착역에 도착했다.

다리가 풀렸고 발바닥 통증도 심했다.

맡겨놓은 내 짐과 물, 간식 그리고 메달을 챙겨 받고 나무 아래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지친 몸을 정리했다.

이번 대회는 힘들었다. 주변에 응원해 주는 분들도 많았고 대회를 즐기도록 길거리 공연을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하나도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하프 마라톤 완주의 뿌듯함은 모든 힘든 것들을 이겨내게 만들었다. 1분도 못 뛰던 아니 뛰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이제는 10KM 3번, 하프 2번을 완주한 달리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고 즐겁고 신기하고 보람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하프 도전기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건강한 몸도 만들고 마라톤과 함께 나는 나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1년 반 동안의 나의 마라톤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누구든 달릴 수 있다는 답을 드립니다. 지금 당장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뛰십시오. 당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나의 하프마라톤 도전기는 여기서 마치고자 합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풀코스 도전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달리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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