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2024, 박이웅

좀비도 움직이면 살아있는 거다.

by 노움

2024.11.24 8:00 am

KU시네마테크 개봉테스트

화면비 / 1.85:1

러닝타임 / 2:3


오랜만에 개운하게 울고 시작하는 하루.


나는 날 자연스럽게 울리는 영화를 좋아한다. 울고 났을 때 그 후련함. 뭔가 다시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그 느낌이 좋다.


이 영화를 보고 후반부 시작 된 눈물은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게 휘몰아치다가 크레딧이 끝나고 한동안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 멎어 들었다.


나는 어촌에 살아보지도, 삶에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느껴본 적도 없이 산 철저히 외지 사람이다. 극 중 인물로 따지자면 선장 영국의 첫째 딸이 낳은 손녀같이 해맑게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은 어촌마을의 이야기를 뜯어볼수록 낡고 낯선 느낌과 함께, 그 겹겹이 쌓인 비늘과 마른 껍질을 가진 삶들이 진즉 꺼진 생명 대신 말라가는 명태처럼 단단하고 질기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영화적인 사건과 그걸 적당히 믿어봄직하게 잘 쌓아 올린 실마리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영화라는 사실을 잊도록 완전히 속아 넘겨버리는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잘 배합되어 있다. (유일한 연기구멍은 초반에 나온 스님정도?)


쇠락해 가는 어촌마을에 여전히 남은 모든 사람들이 집안 숟가락 개수조차 다 알 것 같은 이 마을에 똘똘 뭉쳐 산다. 들어온 자리도 난 자리도 빠삭하다. 이 마을로 돌아온 형락이 말하듯, 좀비들의 공동묘지 같은 이곳을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고, 그 마저도 탈출에 뾰족한 수는 없다. 죽어야 나갈까, 살아서 돌아와서 죽음을 기다릴까 순서의 차이다.

엉킨 그물만큼이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막막하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으니 적당히 그물을 풀고 오늘의 조업을 나간다.


영화는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마을의 구성원들의 이야기들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동안 묵묵하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은 극 중 인물의 입을 통해, 행동을 통해 툭하고 그 답을 준다.



이 영화에서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인물과 장면을 꼽으라면 선장 영국. 그리고 사망신고를 하러 영란을 데리고 동사무소(왠지 행정복지센터보다는 저 이름을 써야 할 것 같다)에 갔던 장면일 것이다.

영국의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과 무거워야 하는 입을 생각하면 젊은 어부 영수는 참 인복이 있다.

어찌 보면 그에게 너무 많은 전사를 부여한건 아닌가 싶지만, 그만큼 내용을 쌓았기에 클라이맥스로서 나에게 정확히 작동을 했고, 그 이후에도 탄력을 잃지 않으면서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져 또 묵묵히 배를 타는 그의 모습이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뭐랄까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고 사유보단 사정이 있는 이 세상에서, 누가 뒤에서 뭐라고 하건 또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냥 보여준다. 그래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문제나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딱 이 정도의 온도가 좋다. 과하지 않게 되새겨주기.

이런 한국 영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중장년 배우들이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역할과 조합도 꾸준히 있길.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