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2024, 빅토르 에리세

낡고 늙은 외형이어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

by 노움

2024.11.12(화) 11:00 am

KU시네마테크 1회 차 무인관으로 마지막 부분 관람

화면비 / 1.66:1

러닝타임 / 2:49



이 영화는 끝난 순간 나에게 있어 다시 시작되는 또 한 편의 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과거의 열정을 뒤로 한채 시들어가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배우였던 친구의 행방을 찾는 감독은 어느샌가 친구의 행방을 찾듯 자신이 잊었던, 잃었던 그 순간은 어땠는지 친구를 기억하던 주변 인물들과의 회상을 통해 복기한다.


영화를 보면 늙는다는 건 너무 막막한 일인 것 같이 느껴진다. 친구처럼 외상을 입는 것이 아니어도 잃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계기가 없다면 들춰질 일이 없는 셀 수 없는 과거들.


이 영화에서 내게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편집기사인 친구이다. 물론 내가 영사 일을 해서 당연히 눈이 가는 것도 있을 테지만, 그가 지금까지 본인이 편집한 자료를 여전히 간직하고, 외딴 마을까지 싣고, 폐관한 극장에서 틀어 준 덕분에 우리는 다시 영화를 "체험"한다.


기적을 바라지 말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도 한 줌의 관객이 모인 극장을 보고 그는 감독에게 자신의 이전 말은 잊으라 말하고, 달뜬 모습으로 상영을 준비한다. 현재 죽어가고 있지만 한 때 물성을 지녔던, 필름 시대의 영화를 위해 그의 손이 여전히 기억하는 영사의 동작들. 아마 내 나이보다 늙고 낡았을 폐업한 레크린 극장의 영사기는 여전히 특유의 소음과 함께 잘 돌아가고 그 영사기를 돌리는 편집기사의 나이는 70이 넘었다.


영화가 끝나면 모두 함께 눈을 감고 기억 속 단관극장 시대의 영화들과 즐겨가던 극장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의 추억 속 한 시대의 영화가 이미 저문 것에 잠시 애도를 표하자.


그래도 이 영화가 나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는 다시 감았던 눈을 뜨고 이 영화를 또 기억하며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바랜 벽에 회칠을 하듯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리라 다짐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