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홍수>를 보고
뭐 재미있겠어? 하면서 우연히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영화 <식스센스>의 결말을 알게 된 것처럼, "모든 것은 꿈이었어" 라는 식스센스급 반전의 인터넷 댓글 한 줄에 기대감이 팍 사라진 영화였다. 아 역시 그러나 개개인의 체험과 감정은 다른 것이다. 그런 글 한 줄에 오도되어 못 봤다면 아쉬울 영화였던 것이다.
주인공 김다미는 엄마로 분한다. 여섯살 아들은 엄마말을 어찌나 안듣고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 그렇지 않아도 가녀린 김다미는 아들을 업고 내내 계단을 올라가야한다. 대홍수가 덮쳐서 높은 곳으로 계속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헬기가 있는 옥상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들과 떨어져야했던 그녀는 목숨을 잃은 듯 아이를 따라간다. 그리고 주마등처럼 아이를 키우며 잠 못 자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펼쳐진다. 그녀의 잠을 빼앗고, 기력을 뺏고, 시간과 돈을 뺏고, 힘들게 하는 갓난 아기, 말을 지독하게도 잘 안 듣는 미운 네살과 여섯살... 힘든 순간 순간을, 내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느끼던 순간순간마다 그걸 극복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너에게 나 뿐이라는, 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 아닐까. 나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살아내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너에 대한 깊고 큰 사랑으로 변모하고, 마침내 너를 사랑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을 넘어서, 네가 없으면 못 살것 같은 지경이 된다.
너는 나 없이 너무나 잘 살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는 일 없이, 너를 보내고는 못 살게 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 어머니, 어머니, 아니에요. 상우를 꼭 어머니 곁에서 떼어놓지 않으셔도 되요 "
상우를 언젠가 어디론가 보내야할 거라는 말을 하며 나도 모르게 흐느껴 울고있는 내 모습에 많이 당황한 의사선생님이 나를 급히 진정시켰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울고 있는 걸 알았다. 골칫덩이, 천덕꾸러기, 평생 나 없이 못 살 것 같은 너, 내 돈과 시간을 온통 발전하지도 못하는 듯한 너에게 쏟아붓게 만든 너. 사람들이 너만 없으면 나는 더 잘 살 거라고, 더 행복할 거라고 더 사람답게 살 거라고 너를 보내야한다고 말하게 하는 너.
하지만, 내게 그렇게 말하던 그들이 모르던, 다른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내가 너를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너를 키우고 돌보고 앞으로 영원히 네 곁에 머물거라고, 지켜줄 거라고 다짐하며 보내던 하루하루가 쌓인 그 시간들은, 의미없고 목적없던 내 삶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했고, 이 지겹도록 길고 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세상의 모든 엄마의 숙명이라고.
나는 남들이 보기에 한참 모자란 내 아들이 너무 예쁘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리도 잘 커준 내 아들이 고맙다. 어쩜 저리 잘 생기고, 눈빛은 총명할까. 어쩜 저리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천사같은 밝은 미소를 가진 너일까.
내 일찌기 너 아주 아기 때에도 너를 너무나 사랑함에 가슴이 아파서, 둘째를 낳지 않은 것을, 너처럼 예쁜 아이가 하나 더 있다면 내 가슴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 너 하나임에 감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과연 자식은 부모 이마에 똑똑히 새긴 낙인인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보다 훨씬, 사랑하는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더 의존하는 것 같다. 나는 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내 곁에 함께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이 삶에서는 이 이상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