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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라떼 Jun 10. 2021

내가 마케팅을 선택한 이유는

철이 없었죠, 재미있어 보여서 직무를 선택한다는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취업시장에서, 운이 좋게도 대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한 금융회사에서 디지털마케팅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금융권 취업은 생각지도 못했긴 한데, 대학교 저학년 때부터 멋도 모르고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꽂혀 이 분야로만 준비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6개월짜리 인턴을 두 번 했고, 공모전도 마케팅 관련된 것들만 참여했다.


사실 정말 많은 대학생들이 마케팅이라는 직무의 소위 '있어보임'에 반해 이 분야를 꿈꾸곤 한다.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정확히 회사에서 마케터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대충 광고하고 회사 상품 홍보하고 디지털 콘텐츠 기획/제작 하는 직무 아닌가? 그 정도로 생각하고 이 직무를 팠다.


현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은 지 고작 1년 반 되었지만, 주니어 연차인 내가 봐도 대학생 때 내가 마케팅에 대해 갖고 있던 지식과 인식은 정말 초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 내가 가졌던 생각과 지식이 모두 틀린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당시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면,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마케팅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의 내가 마케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지식이 몇 년 뒤의 내가 돌아봤을 때는 귀엽지 않을까? 그래서 실제로 내가 대학생 때 갖고 있던 생각부터 내 생각의 변천사를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브런치 첫 글로 내가 마케팅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여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굉장히 활발한 친구였다. 학생회에서 회장감은 아닌데 엄청 웃긴애들, 나는 그런 역할이었다. 학생회에서는 홍보부장을 맡았고, 친구들이랑 없던 교내 모의유엔 대회를 만들어서 거기서도 홍보국장을 맡았다.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생들이 국장 부장 타이틀 달고 있는게 귀여울 따름이다. 그런 역할들을 담당하다보니 내가 스스로 어떤 행사의 포스터를 만들고 SNS 관리를 맡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일이 너무 재밌었고 커서도 그런 일을 하고 싶었던 것. 주변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해줬고. 그게 광고, 마케팅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서 ‘전공’의 개념이 없던 나는 대학을 지원할 때 마케팅을 배우는 경영학과를 썼다.



대학교에서 마주한 현실


정신없이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누구나처럼 대2병이 왔다. 우선 학교에서 배우는 마케팅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광고 아이디어를 내거나 뭘 만들기보다는 끊임없이 증빙하고, 논리를 짜는 것에 가까웠다. 마케팅 하겠다고 경영학과 왔는데, 실망이 엄청 컸다.


'아휴...그럼 이제 뭘 해야하나, 난 뭘 잘하나..?' 생각해보니 나는 사실 말로는 광고가 하고 싶지, 막상 정말 획기적인 광고업계 분들과 같은 번뜩이는 똘끼같은 건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주변에 똑똑한 친구들에 비해 날카로운 것도 아니었고. 이래서 뭘 할 수 있나 심히 고민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이것만은 확실히 잘한다! 하는 장점들을 찾기 시작했고, 기나긴 고민 끝에 두 가지 능력을 찾았다.


하나, 타인의 사소한 말도 위트있게 받아치는 드립력

둘,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도 재밌거나 예쁜 것을 발굴하는 능력


좀 웃기지만 진짜 이 두 포인트가 내 장점들 중 가장 크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이 장점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종합해 생각해보니,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마케팅’이 결국엔 답이었다. 어쨌든 남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와 캠페인으로 어떤 것을 Selling하는 일.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이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친 분석과 증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대학교 저학년까지 내가 생각했던 마케팅은 사실 마케팅의 아주 일부일 뿐이었던 거다. 떠오르는 대로 막 말했는데, 이게 내가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처음 선택하게 된 여정의 도입부다.




돌이켜보면 나는 '있어보임'과 재밌어 보이는 것에 이끌려 직무를 선택하는 위험한 짓을 했는데, 과연 어느 대학생이 일도 안해보고 어떤 직무에 대해서 잘 알고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취준생이 어떤 직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않나.


그래서 지금 보기엔 조금은 위험한 행동, 철없는 선택 방식이었을지라도 당시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기에 몇년 전의 나를 오히려 칭찬해주고 싶다. 여전히 가끔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이 직무가 나에게 맞는 일인지 물음표가 생길 때가 많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지금의 나를 꾸준히 응원하기로 했다.


어제 읽은 책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김원희 저)」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다.


'생각해보면 지난 나의 선택은 그 순간에 있어서 최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그러니, 지난 어떤 선택도 그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믿고 후회하지 말자. 시간은 앞으로 가지 뒤로 가지 않는다.'


70세의 멋진 할머니인 저자 김원희 님이 저런 말을 해주시니... 지금의 스스로를 응원하기로 한 나의 다짐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멋진 할머니가 되기를)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하고 있을 사람들이 나와 함께 현재의 자신을 칭찬하기로 다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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