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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의 발견

반가운 스누피 피규어

by 샤이니율

오랜만에 강연을 들으러 갔다. 좋아하는 것과 삶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강연자가 신기하게 봤던 광경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한 백화점에서 갔는데 유독 한 곳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곳은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굿즈샵이었다. 정말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해를 못 했겠지만 본인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푹 빠져보니 이해가 되었다고 했다. 이 사람들처럼 어떤 것을 좋아함으로써 삶이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활력을 준다면 그것은 단지 수집이나 덕후활동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있으니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카페에 갔다가 일행을 기다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괜히 끝쪽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기를 여러 번 했는데 낯설지 않은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와! 스누피 피규어다!' 한쪽 벽면에 거울이 있었는데 그 하단 선반에 피규어가 일렬로 쭉 놓여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집에 스누피 피규어가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크고 세밀했다. 보면 볼수록 예뻐서 미소가 지어졌다. 여름이 콘셉트인지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찌나 깜찍하던지 봐도 봐도 좋았다.


나는 원래 스누피에 관심이 없었다. 스누피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2년 전 한 소품가게에서 작은 피규어를 구매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피규어에 관심이 없어 보지도 않았을 텐데 그날따라 피규어가 내게 말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집어 들었다. 그때 나는 참 힘들었다. 어떤 일이 잘못돼서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기였다. 기분전환이나 할까 하고 나온 길에 사람들이 많이 있던 소품가게에 들어갔는데 그곳 입구에서 스누피 피규어를 발견한 것이다. 크기가 작고 만듦새가 조금 어설펐지만 피규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캐릭터 제품이나 인형을 좋아하지 않아 잘 사지 않는데 피규어를 사다니. 나도 내가 이상했다.


그 이후로 스누피 피규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도 스누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좋다. 행복하다. 어떤 것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도 이런 마음일까. 그분들에 비하면 나는 아주 작은 호감이겠지만 조금이나마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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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돌아오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직원에게 어디서 구입했는지 물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다시 보니 구매처를 물어볼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온라인에라도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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