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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한 주를 위한 즐거움

주간에 먹을 음식 재료 미리 준비하기

by 샤이니율

그동안 주말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음식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주말이니 쉬어야지.' '주말까지 뭘 만들어. 그냥 대충 먹자.'는 생각에 허기만 채우고 또 한 주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준비 안 된 냉장고를 열고 손 갈 때가 없어 방황했다. 답이 안 나오는 날엔 그냥 때우듯이 밥을 먹었다.




식사 때마다 요리를 준비하는 건 참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건강하려면 잘 챙겨 먹어야지.' 하면서 애써 힘을 내서 만들어보지만 만들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게 되고 허겁지겁 먹게 된다. 해결책은 알고 있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밀프랩이라고도 하는데, 밀프랩을 해두면 간편하게 식탁을 차릴 수 있어 힘들이지 않고 든든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밀프랩을 언제 하느냐이다. 몇 끼의 음식을 하는 만큼 양이 많아 시간이 배로 걸리기 때문에 미리 시간을 비워야 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날은 역시 주말이다. 하지만 주말은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고민이 됐다. 부지런을 떨면 다음 한 주가 편해진다. 쉬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밀프랩 할 것들을 추렸다. 이번 밀프랩은 완성 음식은 아니지만 중심 재료로 미리 만들어두면 손을 덜 수 있는 것들이다. 수시로 먹는 김밥의 단무지, 토르티야에 싸 먹는 토마토살사소스, 나의 샌드위치의 영원한 단짝 당근양배추 라페, 3가지다.


다듬고 절이는 시간이 있어서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3가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무와 당근, 양배추를 채 썰고 무는 원당에, 당근과 양배추는 소금에 절인다. 그동안 물을 끓여 토마토를 데친 후 껍질을 깐다. 오이, 양파를 잘게 썰고 셀러리잎도 조금 찢어서 준비한다. 볼 3개에 무, 당근과 양배추, 나머지를 각각 담는다. 이제 양념만 하면 된다. 무는 식초, 소금을 넣고 마무리, 나머지 2개의 볼에는 올리브오일, 통후추, 레몬즙, 원당으로 맛을 낸다. 여기에 당근 양배추 라페 볼에는 홀그레인머스터드소스를, 토마토 살사소스 볼에는 다진 마늘을 조금 추가하면 완성이다.


브런치_주말밀프랩1-3.jpg 보고 또 봐도 뿌듯한 냉장고 속 3 총사 모습 :)


재료를 씻고 자르는데 30여분, 절이고 데치는데 30여분, 양념하고 간 맞추는데 또 20분이 걸렸다. 이 시간이면 밥을 해먹고도 남을 시간이라 아깝기도 했지만 미래의 내 식사 시간을 아껴준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려고 깨끗이 씻어둔 유리통에 나눠 담았다. 투명한 통에 넣으니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밀프랩 안 했으면 나는 또 하릴없이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밀프랩은 그저 번거로운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미래에 내가 음식을 먹을 때 더 편하고 행복하라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치가 달라 보였다. 밀프랩은 나만의 미래를 그리는 또 다른 형태의 즐거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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