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8일 달리 전시회를 다녀왔다.
원래 3월 20일 까지 전시예정이었으나
2주 연장 전시 된다.
장소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이다.
달리에 대한 사전 지식은 지극히 미미하였다.
하늘을 가리키는 빳빳한 수염, 초현실주의.
녹아내리는 시계 정도의 지식만을 갖고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전시는 그의 생애 주기에 따른 순서대로 그림과
생애에 대한 설명이 나열되어 있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무늬가 있는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새의 머리가 보이고, 여자의 얼굴도 보이고.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을때,
곰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자로 보이기도 하고, 괴물 같기도 하고.....
달리는 이러한 경험들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확장시키고, 꿈 속에 나타나는 무의식의 세계를
타고난 천재성으로 정교하게 예술로 승화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몽환적이고,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있어서 오래 볼 수록 더 많은
이미지들이 발견되었고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그림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미지는 신발, 목발,
개미떼, 줄넘기하는 소녀, 흘러내리는 시계.
그리고 아내인 갈라이다.
가장 쇼킹 했던 것은 그의 단편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였다.
살바도르 달리가 1929년 프랑스에서 루이스
부뉴엘감독과 공동으로 만든 16분 짜리 영화인데
면도칼이 여배우의 안구를 자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남자의 손에선
개미떼가 오글거리고, 피아노 위에는 당나귀의
시체가 놓여 있다. 이 영화는 누구든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당시 영화사상 처음으로
관객들을 소외시킨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 촬영이 허락되는 곳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메이 웨스트 방이다.
메이 웨스트라는 배우의 모습을
실제 공간 안에서 예술품과 가구를
적절히 배치하여 3차원적인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작품인데 무척 재미 있었다.
그림 두점이 눈이 되고, 휘장이 머리,
소파가 입술, 벽난로가 코가 된다.
저 소파에 관객이 앉으면 메이 웨스트의 입술위에
앉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메이 웨스트 출처 위키피디아
살바도르 달리는 1904년에 스페인에서
태어나서 1989년에 사망했다.
제 1차 세계 대전, 스페인 내전, 제 2차 세계 대전
그리고 냉전이 막을 내리는 해 까지 살았던 것이다.
저명한 예술가 달리는 이렇게 소용돌이 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였다.
책을 찾아 보니, 1934년 미국 여행을 떠났고
그 이듬해 까지 그곳에서 성공적인 전시회를
치르었다. 스페인으로 돌아 왔지만 스페인
내전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곧 떠났다.
스페인 내전에서 의용군으로 참여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달리가 쥐새끼 처럼
달아났다고 비판했다.
프랑코 독재 치하에서도 그는 몸을 사리고 항상
자신의 이익에 맞게 처신하여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한 히틀러를 찬양하기 까지 했다.
그의 수입은 아내 갈라가 모두 관리 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세계 곳곳으로 돈을 빼돌리고
스위스에 계좌를 만들고 집주변에 현금 다발을
숨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천재적인 작품과는 별도로, 시대의 아픔을
외면한 그의 생애는 비판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비겁한 생애가 그의 천재성에 가려 제대로
비판받지 않는다면, 목숨바쳐 독재자와
싸운 사람들의 희생이 무의미해져 버리지
않겠는가. 시대의 아픔에 희생된 수많은
목숨들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