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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Jun 17. 2023

딸들에게 2


2023년 5월은 우리 가족에게 길고 긴 시간으로

기억되겠지. 한달 간 3번의 입퇴원을 반복했으니까.

조직 검사 결과와 PET CT의 결과를 듣기 위해

5월 12일 아침, 병원으로 향했을 때만 해도

난 마음 한 구석에는 별일 없을 거라는 기대가

컸었나봐. 평소에 난 암의 원인이 될 식습관도

없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체중이 빠지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췌장의 종양이 암인 것이 판명되었고

폐의 결절 하나 또한 악성으로 보인다는

소화기 내과 담당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두 눈에 고이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아무말도 없이 진료실 바깥으로 나왔지.

의사는 크기가 작다는 말을 강조했지만

난 의자에 앉아서 네 아빠의 허리를 안고

꽤 울었어. 그리고 자리를 옮겨 야외 휴게

공간에 앉아 우리 둘은 한참을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어. 무대의 커튼이 갑자기

닫히는 느낌이었어.


다시 정신 차리고, 사방을 둘러 보았을 때

5월이라는 계절은 어쩜 그렇게 화려하고

생기있는지. 이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이제 얼마

안남은 것인가 라는 낭패감이 나를 절벽으로

떠미는 것 같았어.

흉부외과에선 2개월 동안 커져버린 폐결절의

조직검사를 해야하는데 아예 제거하여 검사를

하겠다고 입원을 하라고 했지. 의사는 아주

간단한 수술이라고 안심시켜주었어.


입원하기 전날, 너희 둘은 평소 때 처럼

웃고 떠들며 일찍 발견해서 좋다며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했지.

수술할 수 있는 단계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너희들의 밝은 웃음에 우리 부부의 비장함은

힘을 잃고 어느덧 함께 웃고 있었지.

마치 인생이 슬픔과 기쁨의 씨줄 날줄로 되어

있듯이 말이야.

수술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사람은

내가 얼마나 부럽겠는가. 그걸 생각한다면

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서 이번엔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실로

향할 수 있었어. 분명한 병증을 제거하려는 것이니까.


너희들이 그렇게 웃고 갔지만,

나 안보는 곳에서는 얼마나 놀라고 슬퍼했을지

엄마인 나는 알고 있어. 불교 신자도 아닌 너희들이

절에 가 엄마를 위해 연등을 올렸다고 했지.

엄마를 낫게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직까지 너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나의 간절함과도 같은 것이겠지.

폐수술을 마치고 난지 닷새째, 집으로 돌아온

나의 발치에 앉아 너희들은 나의

차거운 발을 문지르고, 양쪽에서 나를

껴안고 누웠지. 그 순간 삶에의 미련이

가득 차 올랐어. 아직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어떤 죽어가는 사람에게, 딱 한사람만이라도

간절히 살아주기를 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쉽게 삶을 포기하진 않을 것 같아.

그런데 내게는 그렇게 간절한 사람이 세 명이나 

있고, 아직은 초기암이니까 내 고집을 밀고나간다는 

것은 감정의 사치인양 느껴졌어.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하면서, 병이 깊어가고

죽어간다면 그것은 너희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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