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오기 전 호주의 남쪽 섬 태즈메이니아 아래 브루니 아일랜드에서 카우치서핑을 한 적이 있다. 전기도 없이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던 호주-프랑스 커플의 집에서 한 달여간의 시간이 기억에 남아 사막 오지에서의 로컬 하우스 카우치 서핑도 있을까? 싶어 검색이나 해보자 싶었는데 의외로 호스트가 많았다.
그중에서 NGO를 운영하던 젊은 청년에 방문 후기도 나쁘지 않은 호스트 집을 선택했는데 성 외곽 빈민가와 성 입구 중간 정도에 위치한 빈 건물을 카우치 서퍼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결론은 그냥 평범한 여행지에서 걸어서 10분 떨어진 평범한 방에 머물며 낮에는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고 저녁엔 가끔 미래 사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 맥주 한잔 하며 이야기하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실수라고 생각 드는 게 호주 남쪽 오지에서의 히피 호스트와의 경험만 생각하고 자이살메르를 막역하게 사막이 있는 오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같은 환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딱 적당한 오지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중동 사막의 황량한 오지를 생각했던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그런 풍경이라 역시 모든 경험의 감상은 케바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면 그냥 참고 정도로만 생각해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중2병이 한창이던 나이 기억에 남아있던 류시화 시인이 들렀다는 곳에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함께 방문했던 쿠리. 사막보다 패셔니스타 할아버지가 더 기억에 남는 곳.
지금도 중2병이 도질 때쯤이면 한 번씩 그때의 느낌적인 느낌만 기억나는 시
짧은 노래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류시화-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인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시는 분이지만 어쨌든 글은 참 좋다고 느낀다. 특히나 직접 써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정말 잘 쓰는구나...
(좋은 글은 대부분 번역글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그것도 능력이다. 하지만 바라나시 골목에서 트루릴리전은 조금 아닌 것 같아요.)
인도의 여러 신들로 분장하고 퍼레이드를 하던 중 본 특이한 신, 지역마다 조금씩 다 다른 것 같은데 하누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지금도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한 분장.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자이살메르에서의 기억이 하나 있는데 유명한 장소는 아니고 자이살메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바라본 새벽 어스름이다.
자이푸르에서 출발해서 자이살메르에 도착하는 이른 아침, 입안에서 서걱서걱 씹히는 모래바람에 깨 티티(인도 기차의 차장)가 앉는 의자에서 문을 열고 바라본 기차 밖 흘러가는 풍경과 새벽 어스름이 텅 빈 기차 안의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어우러져 오래전 사람이 살기 척박했던 황량한 오지의 느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