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서 변화된 인재상과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
지난 요약 : 입시가 강조된 우리 교육에서 학생들은 '질문하는 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사실 애초에 질문을 장려하지 않는 교육문화 속에서 질문을 주고받기란 참 어렵다. 여기에는 교육 시스템 상의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학습공동체를 교육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질문보다는 전체의 학습을 중요시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학생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교통카드 찍듯 기계적으로 답하며 넘어갔던 때를 반성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시간이 없어서', '쓸데없는 질문인 것 같아서', '진도가 급해서', '수업에 방해를 주니까' 등의 이유는 교육받는 주체인 학습자보다 시험 대비와 평가를 위한 교육과정을 더 중시하는 관습이다. 결국, 내가 궁금하니까 질문하는 건데,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에서 개인의 궁금증은 집단의 통일성을 위해 희생되고 만다.
이 통계 자료를 보고 놀란 점은, 초등 -> 중등 -> 고등학교 순으로 질문하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사실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교육이 "입시 중심"교육이기 때문. 점점 시험이 중요해지면서 교과서 진도나 시험 범위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질문'은 그저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수다 정도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해보려고 열심히 가르치시는 교육자 분들도 많지만, 기대만큼 학생들도 따라와 주지 않는다. 질문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뭘,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 질문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나에게도 질문에 대한 관점을 바꿔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은 없어요.
어려운 질문을 했다면 상대방은 '그거 아주 좋은 질문인데?'라고 답해야 하고,
조금은 쉽고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면 '아주 흥미로운 질문인데?'라고 답해야 해요."
학생이 설령, "선생님! 왜 x제곱은 옆에 2를 아주 작게 쓰는 거예요?"라며 물어보면, 선생은 "그거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네? 쌤도 궁금한데 우리 한 번 찾아볼까?"의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사실 나도 왜 제곱을 작은 숫자로 쓰는지 몰랐다..;;) 아차 싶었다. 나는 과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반응했었나 돌아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로 '질문'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알려준 사람은 세계적인 교육공학자 폴 김 교수님(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었다.
물론 교육과정의 바쁜 상황에서 이 모든 질문들에 답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학생들의 질문을 무시하지 않았아야 한다. 또, 평생교육 시대에 언제든지 우리는 학습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도 대학원생이므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학습자라면 본인의 학습 상황에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질문이 무시되었을 때도 주눅 들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2. 교육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사실상 교육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교수자 없이도 학습을 하는 시대인데, 과연 교육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교육학자들은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가르치는 티처(Teacher)가 아닌, 격려하는 코치(Coach)
지식 전달자(Transmitter)가 아닌, 지식 플랫포머(Platformer)
참된 교육자란, 아이들에게 특정한 관습적 지식을 단순히 가르치려 하지 않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해주는 ‘코치’이자 '플랫폼(혹은 발판)'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질문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잠재력을 발견해주는 부모, 혹은 교사를 만난 아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여 코치가 가르치려 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은 지식을 탐구하게 된다.
3. 질문하는 법을 교육해라
이제 관점을 바꾸었으니 질문하는 법을 가르칠 차례이다. 우리는 질문법을 교육하는 것이 아주 낯설지만,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실제로 질문법을 교육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스트래트포드 스쿨의 사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학교를 처음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인데,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는 1차원적 질문을 '얇은 질문'으로, 책에는 없어서 생각을 필요로 하는 유추식 질문을 '두꺼운 질문'으로 나누어 각 질문의 예시를 들게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선생님의 태도이다. 쉬운 질문이라도 책에 나와있으니 찾아보라라는 식의 답이 아닌, "오, 그건 얇은 질문에 속하는구나! 그럼 이제 두꺼운 질문의 예시를 들어볼까?" 이렇게 반응을 한다. 질문하기 위해 또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자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여러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단연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질문에도 위계가 나누어져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점점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질문 기반 교육(혹은 질문식 교육, IBL : Inquiry Based Learning)이 그런 수요를 반영한 질문식 교수학습설계 방안인데, 질문에 필요한 학습단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① 질문 기반 교육 방법 (INQUIRE)
I : Investigate your surroundings (주변 환경을 조사하세요.)
N : Narrow your focus (초점을 좁혀보세요.)
Q : Ask Comparative questions (비교식 질문을 던져보세요. ex. 공통점 혹은 차이점 찾기)
U : Uncover your prediction (답을 예측해서 알아보세요.)
I : Initate an action plan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보세요.)
R : Research and data collection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하세요.)
E : Examine results and communicate findings (결과를 살펴보고 서로 공유해보세요.)
② 4단계 질문식 탐구 및 질문 예시 (각 단계는 상호 호환 가능)
<1단계 : 실제 문제 제시하기>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내 질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걸 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이 무엇일까?
<2단계 : 자료 찾기>
어떤 종류의 자료들이 도움될까?
그 자료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정보가 확실한 정보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정보에 대해 누가 책임을 가질까?
또 다른 정보가 있을까?
<3단계 : 정보 해석하기>
이 정보가 내 질문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부분이 내 답을 뒷받침할까?
내가 알고 있는 다른 것에 어떻게 관련될 수 있을까?
내 답을 뒷받침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 정보가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질까?
<4단계 : 결과 보고하기>
내 요점이 무엇일까?
내 이야기를 듣는 대상이 누구일까?
이 결과 외에도 또 무엇이 중요할까?
이 결과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내 의견을 표현하려면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방법들은 어느 학자가 특정 교육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의견이기 때문에 꼭 이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질문을 유도하거나 장려하고자 한다면, 어떤 질문식 교육을 어떻게 코칭할지에 대해 많은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것이 아주 좋은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질문을 장려하는 교육문화가 자리 잡힐 때까지 수많은 교육자들의 노력은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될 것이고, 굳이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이 글을 읽는 누구나 다른 누군가가 바보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