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은 꽤 오래되었다. 한 15년쯤. 강사과정을 지도했던 교수가 책을 내면 저자가 되고 그러면 강의는 수순이라고 했었다. 그때는 막연하게 ‘책을 내겠다’를 버킷리스트로 적었다.
대학원 졸업을 한 2015년 가을, 책 쓰기 강의가 눈에 들어왔다. 몇백만 원씩 하는 강의를 듣기에는 부담스럽고 믿을 수 없어 우선 특강으로 들어봤다. 강의를 들으려 모인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연령층도 다양하고 쓰고 싶은 주제도 달랐다. 책쓰기 강의했던 사람도 이제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라며 자신을 믿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신청하라고 독려했다. 이후 무료 코칭도 한 번 받았다. 나의 20년 건설경력과 특급기술자 자격증이 책이 될 수 있다는, 한 분야에 그만큼 있었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난 건설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무료 코칭을 받고 돌아오며 의구심만 깊어졌다. 그 사람은 당장 몇 개월 만에 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나의 글은 전혀 보지도 못했음에도 말이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나이기에 불가능해 보였다. 집으로 오며 아는 출판사 사장님께 물었다. 역시나.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마구잡이로 출판사에 투고하는 바람에 출판사에서는 블랙 리스트까지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한 곳이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였다. 연구소 연구원들이 쓰는 글들이 좋고 출판했더니 독자들 반응도 좋다는 것이다. 대신 과정이 힘들다고 했다.
처음 들어본 곳이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봤다. 책을 낸 연구원들이 많았다. 마침 11기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10페이지 자신의 개인사를 써서 지원했다. 이후 1년 동안 1주일에 한 권의 책을 20페이지 북리뷰하고 1편의 칼럼을 썼다. 처음엔 책과 연관된 칼럼을 썼지만 만들어 쓰는 글이라 재미도 없고 한계가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학교폭력’이야기다.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50개가 넘는 꼭지글이 나왔다.
‘치유의 글쓰기’라고 한다. 다시 돌아보며 힘들었던 감정까지 다 쏟아냈더니 정리가 되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는 1년 과정이 끝나기 전에 각자의 책을 기획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칼럼글을 모아서 책을 내야겠다 했다. 그동안 학교폭력 책은 상담사, 경찰, 변호사, 교사 등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이었다.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쓴 책은 없었다. “모든 치유자는 상처 입은 사람이다.”라고 한 카를 융의 말처럼 나 역시 상처 입은 사람이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 나처럼 갑자기 학교폭력을 겪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쓰게 되었다.
2020년 4월 [어느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출간했다. 공저가 아닌 단독저자로 첫 책이다. 신문사, 출판사 인터뷰를 하고 서평단을 모집해서 서평글이 올라왔다. 나의 학교폭력 경험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의도를 잘 알아주고 누구든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교사, 상담사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추천도 해주고 나를 지지해주니 더욱 감사한 날들이다.
변경연(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선배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는 저자들을 많이 봐왔다. 선배들에겐 책 쓰기 수업도 들었다. 변경연에선 농담처럼 세상엔 책을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했다. 책을 내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경험이란 직접 겪어봐야 안다. 나 같은 경우는 똥인지 직접 먹어봐야 안다. '책을 내고 싶다. 책을 내겠다' 했지만 막상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집에 들고 와서 다시 펼쳐보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또 다른 세계에 입문했구나. 뭔가 내 개인의 역사적인 순간일 거란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퇴고와 출판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힘든 과정이 남아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운 마음이었다. 선배들은 “모르고 하는 소리. 겪어봐~”할 것 같았지만, 모르니까 그 순간을 즐겼다.
책을 출판하겠다는 버켓리스트는 2013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상담사례를 묶어 출판한 『학원없이살기』로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 후에도 나의 첫 단독 책과 더불어 2020년 공저는 상담사례를 묶은 두 번째 책 『불안을 주세요 안심을 드립니다』와 영유아 독서와 관련해 베이비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을『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출판했다. 2021년 7월 『문화로 크리에이터』9명의 공저로 책이 출판됐다.
여러 권의 공저 책이 있지만 역시 단독저자로 출판하고 나의 경험이 담겨있는 책이 나에겐 가장 의미 있는 책이다. 공저와 단독저서를 출판하고 나니 이제 글쓰기, 출판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교육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인생나눔교실 (예비)멘토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자서전 형식의 ‘나는야 프로N잡러’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생활 속의 수학’, ‘통합독서’, ‘미디어리터러시’ 등 쓰려고 하는 책들은 많다. 이제는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나만의 콘텐츠만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