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로 현대는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집안 살림은 가전제품이 다 해주는데 주부가 뭐가 힘드냐고 한다. 맞는 말인데도 현대인은 왜 이리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걸까.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집안일 외에 처리할 일들이 많아졌다.
웃긴 동영상 중에 중년의 남성이 PC방에서 무언가 하려고 온라인 접속을 하는데 뭘 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하면서 본인 인증을 하라고 하는 부분에서 비밀번호를 몰라 다섯 번 실패해서 결국 다시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했다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핸드폰이나 PC라면 자동 로그인이 되어있지만 아닐 경우엔 로그인부터 해야 한다. 사이트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거치다보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으면 기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 가지로 동일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소소한 것들을 기억하느라 정작 중요한 건 잊고 지내는 건 아닐까. 자동 로그인이 아니면 기억하지 못하고 전화번호조차 저장되어 있으니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린 무엇을 잊고 살아가고 있을까.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중요한 기념일인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멕시코인들에게 ‘죽는다’는 3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심장이 멈췄을 때, 두 번째는 땅에 묻히거나 화장이 되었을 때, 세 번째는 이승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다. 한국도 이렇게 단계를 나누진 않지만 의학적 죽음인 첫 번째 단계와 장례절차인 두 번째 단계는 같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다르게 해석하면 제사와 같다고 생각된다. 영화 <코코>에서 죽은 자의 날처럼.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 동안이며 마지막 11월 2일은 휴일이다. 제단을 만들고 금잔화를 제단 앞까지 뿌려놓고 사진이나 기념할만한 물건을 올려놓는다. 10월 31일은 서구권에선 할로윈 데이다. 할로윈 데이는 흑사병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음이란 두려움을 극복하는 행위로 죽음을 상징화한 분장과 옷차림을 하고 죽음을 회유하는 사탕을 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조상들을 기억하는 날의 의식을 포함한다.
“서로 연결된 느낌이에요.“
”사진이 없으면 길이 막혀서 못 와요.“
”우리 이야기를 하며 계속 기억해 줘야 해.“
영화의 대사들인데 이미 없지만 조상과의 유대를 이어가는,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잊혀지지 않게 해주세요.
영화의 제목인 코코는 주인공 미구엘의 증조할머니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미구엘에게 음악가였던 헥터는 증조할머니인 코코의 아버지 즉, 미구엘에겐 고조할아버지다. 마마코코가 아빠인 헥터를 기억하지 못하면 결국 세 번째 단계인 ‘죽는다’가 된다. 치매에 걸린 마마코코는 아빠에 관한 기억뿐만 아니라 가족도 못 알아보니 당연하다. 헥터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인데 가족을 버렸다 여긴 가족들은 헥터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음악을 하는 것도 금기가 되었다.
가족에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제사를 지내는 것이나 ‘죽은 자의 날’ 제단에 사진을 올려놓는 것과 같은 형식이 아니다. 그 조상을 기억하는 후손들이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살아계셨을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같이 밥을 먹고 여행도 가고 공유할 것이 많아야 전할 것도, 가족의 이야기를 할 시간도 많다. 무엇보다 가족이 좋아야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오늘은 가족들과 식사하며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함께 하면 어떨까. 그분들과의 추억을 공유하며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