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웰다잉 문화는 유행일뿐인가

by N잡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 대사는 엽기 호러 장르를 연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왜 저런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해진다. 분명 무언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다. 영화를 보고 신체의 아픈 부위를 먹으면 낫는다는 일본에서 전해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여자 주인공 사쿠라는 남자 주인공을 데리고 소 내장의 파는 식당에 간다. 한국에서도 관절이 아프면 사골을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신학으로 접근하면 동시대에 비슷한 문화와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사회가 아니었음에도 그랬다는 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처음엔 사쿠라가 남자주 인공에게 하고, 끝부분에 가면 남자 주인공이 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대사가 사랑 고백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이 아니다.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이, 그게 사랑하는 사이다.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식욕을 채우기 위해 행위가 아니라는 건 원시부족사회에서 보였던 카니발리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식인종의 식인문화가 배가 고파서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떠난 사람을 온전히 나의 몸에 간직하는 행위이며 단순히 신체만이 아닌 영혼까지도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먹는다가 사랑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이처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화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은 죽음은 남겨진 자에겐 슬픔이며 자식은 죄인이기도 하다. 이승과 저승이 있으며 이승의 업보로 다음 생애까지 영향을 미치고 권선징악으로 죽어서도 지옥에 간다는 보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사람들은 죽음 준비를 하지 않는다. 죽음 준비에는 많은 것이 있다. 현실적인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부터 재산 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까지. 더불어 관계의 정리, 즉 남겨질 자들을 위한 애도를 위한 준비도 있다. 2006년 한때 ’죽음준비학교‘가 유행하기도 했다. 유언장을 쓰고 입관체험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실제로 관을 준비하고 들어가 보는 입관체험을 하고 충격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이젠 ’웰다잉‘이란 말이 생겨났다. 또 다른 유행처럼. 그럼 좋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한편 죽음을 준비한다고 죽음이 좋아질까?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아무리 불로장생을 꿈꾸며 의학적 노력을 한다고 해도 죽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죽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행복한 삶일지는 모르겠다. 죽음은 영화에서처럼 불치의 병에 걸려서, 영화의 결말처럼 오히려 묻지마 살해의 피해자로 갑자기 돌연사할 수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조차 없다. 삶과 함께 죽음이 공존한다. 결국 매 순간 잘 살아가는 것이 언제 죽더라도 좋은 죽음이 아닐까 싶다.


그럼 살아있을 때 잘 산다는 건 또 어떤 것일까? 아이들은 존재만으로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사쿠라처럼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남겨질 사람에게 글로 남겨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년기라면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 포함될 수도 있겠다. 많은 분들이 연명의료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웰다잉을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웰다잉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웰다잉은 필요하다. 그건 ’애도’를 통해서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표현도 하지 않고 일절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원래도 내성적인 성격이다. 그러다 찾아간 사쿠라의 집에서 건네받은 ‘공병문고‘ 일기를 보며 모든 걸 쏟아내며 운다. 그리곤 그동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사쿠라의 절친과 친구가 되어 표현도 하고 자기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고 나서 ‘좋은 죽음은 형식적인 절차로 웰다잉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죽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웰다잉하기 위해 웰빙하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해.”라는 사쿠라의 말처럼.

매거진의 이전글<모던타임즈> 욜로, 인생은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