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용설명서

상호성의 법칙, 각자 하기 나름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결혼식


며칠 전 친정 단톡에 청첩장이 올라왔다. 오빠 친구이자 집안 오빠 딸의 결혼식 소식이다. 지난 2월에 결혼식이 예정되었지만 며칠 남겨두고 결국 연기를 했던 결혼식이다. 코로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관리하에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는 요즘이다.


오빠가 단톡에 올린 청첩장으로 얘기가 다 된 상황이지만 경조사를 앞둔 날이면 엄마는 형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신다. "이번 일요일 OO결혼식인 거 알고 있냐? 갈 거지? 특별한 일 없으마 꼭 가보아라. 사람 사는 게 뭐고 이럴 때 얼굴 보고 정을 내야지!" 하셨다. 특히 조사일 경우엔 더 그러셨다. 일이 있다고 하면 "가능하면 약속을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라도 가, 궂은일일수록 더 가봐야지!" 하셨다.


단톡에 엄마가 초대되어 있지만 80 순 노모라 카톡을 못 보신다. 가르쳐드려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아서인지 익숙지 않음에 스마트폰임에도 전화 기능 외에는 무용지물이다. 이 스마트폰도 요가교실, 노래교실, 장수대학 친구들 사진이며 아들 내외 손주들 사진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바꿔드린 건데 폴더폰이나 다름없다. 이 연세에도 너무 바빠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엄마, 평생을 바쁘게 사신 엄마다.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늘 일을 만들어하시는 엄마, 그래서인지 그 연세에도 허리 아픈 거 외에는 특별히 드시는 약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시다. 45kg 체구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힘보다 의지에서 비롯된 것 같다.

결혼식 날 비 오면 더 잘 산다지!


월드컵 경기장 부근에 있는 처음 가는 결혼식장, 언니가 같이 가자며 집으로 왔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가 오니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이삿날 비 오면 부자 된다'는 말처럼 결혼식날 비 오면 더 잘 산다' 니 이까짓 불편쯤이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장녀의 결혼이라 그런지 코로나 중임에도 예상외로 하객은 많았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처럼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주차에 불편이 없어 좋았다. 예전 같았으면 주차전쟁이 벌어져 어떨 땐 주차를 못해 40분을 헤맨 적도 있었는데 오늘은 가볍게 했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다.

예식장 안에 들어서니 오빠 내외와 친 인척분들, 집안 동생들이 보인다. 같은 대구에 살아도 이렇게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더 챙긴다. 지나고 보면 엄마 말이, 어르신들 말씀이 정답이다.


달라진 예식문화


예식이 시작되었다. 결혼식 문화가 많이 바꿨다. 길고 지루했던 그 시절의 주례사 대신 친정아버지의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당부가 담긴 성혼선언문 낭독이다. 친정아버지가 긴장하셨는지 마지막에 날짜를 2020년이 아닌 1920년 7월 12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하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들었는지 아니면 의식하지 못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의식하고도 신부 아버지의 입장을 배려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식당 입구에는 비닐장갑과 손소독제가 놓여있다. 점심을 먹으며 날짜 얘기가 나왔다. 사실 난 예식장 측에서 잘못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첫째를 결혼시킨 경험의 오빠는 달랐다. "이런 예식장에서 그런 실수를 하면 큰일 나지, 친구가 긴장해서 잘못 읽었지 싶다." 확인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다. 유튜브를 하면서 촬영하고 편집을 하다 보니 "이럴 땐 어떻게 할까? 자르고 음성 녹음해서 붙이는 걸까?" 궁금했다. 그나저나 1920년이면 신부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도 태어나지 않았을 시절이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직접 읽어야 하는, 또 딸을 보내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는 성혼선언문이니 얼마나 부담되고 긴장되었을까 그 마음을 다시금 읽어본다.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웃으면 첫 딸 낳는다?


그나저나 신부가 생글생글 얼마나 많이 웃던지 참으로 예뻐 보였다. 속으로 그랬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풍기는 이미지에서 착하고 삭삭한 특유의 밝음이 느껴졌고 우리 조카도 저런 아내를 맞았으면 싶은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런데 웃어도 너무 많이 웃는 신부를 향해 하객들의 한마디가 이어진다. 생글생글 웃어서 예쁘다는 말보다 "신부가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첫딸 낳겠네, 첫딸 낳겠어!"가 지배적이었다. 예식장에서 신부가 많이 웃으면 첫딸 낳는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남존여비사상이 있던 시절에 딸보다 아들에 무게를 실어서인지 아니면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웃는다고 첫딸 낳는다는 건 사실무근이다. 왜냐하면 내가 증인이기 때문이다.




명주 고르려다 삼베 고른다고?


월드컵 4강 신화 속 2002년 12월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12월에 결혼을 했다. 울 엄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결혼에 관심 없는 둘째 딸이 못내 안타까워 눈만 뜨면 안부전화셨는데, 거기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맞선 자리가 나오는지 주말이면 꼭 한두 번은 자리를 만들곤 하셨다. 물론 어른들 없이 두 사람만 만나는 자리였다. 별 생각이 없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에 관심도 가지 않았고, 만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이가 꽉 찬 미혼을 두고 어르신들이 흔히 하는 말씀이란 "그 나이 되가지고 뭘 그렇게 골라. 별 사람 없다. 명주 고르려다 삼베 고른다. 그러다 결국 혼자 늙는다. 착하고 성실하면 그걸로 돼!!" 하셨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나이가 들수록 짙어지는 생각이란 '나이가 많으니 대충 가자'가 아니라 더 신중을 기하게 되는 결혼상대다. "내가 이 나이까지 있었는데 아무 데나 갈 수야 없지!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나만 그랬나? 정말 그랬었는데 그것도 제 짝을 못 만났을 때 얘기다. 흔히 말하는 눈에 콩깍지가 씌면 조건 따위는 뒷전이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줄기차게 엄마의 고민이자 걱정거리였던 둘째 딸의 결혼식을 보게 됐으니 울 엄마는 세상을 얻은 듯,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심지어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씀까지 서슴지 않으셨다. 자식 낳아 먹이고 입혀 정성껏 키우고, 그 자식 결혼까지 시키는 게 부모 된 도리의 하나라고, 그제야 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지금도 결혼식날이나 집안 행사 때 친인척들이 모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얘기가 등장한다. 명절날 동네 어르신들을 뵐 때면 "너 시집 안 간다고 엄마가 그렇게 애달파했는데 언제 결혼해서 애가 이렇게나 컸어, 다 키웠네 다 키웠어, 보기 좋다!!" 하셨다. 또래에 비해 한참 늦은 결혼이요 통상 궁합도 안 본다는 서너 살 차이, 그중에서도 나는 누나다. 울 엄마의 애간장을 녹인 딸을 구제해준? 이서방을 아들처럼 아끼는 엄마다. 여느 집 사위들 같았으면 일철이면 처가에 일도 많이 도우는 편이지만 울 엄마는 애지중지 그리고 손님 대하듯 전혀 시키지 않는다. 결혼 18년 차, 들 일이라고는 두 번의 고구마 캐기를 비롯해 서너 번이 전부다.

장모와 사위
지난 가을 고구마 캐기


오늘 신부대기실에서부터 생글생글 웃던 신부는 식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연기된 결혼식이라 더 그랬을까? 신랑 신부 친구 두 사람의 축가가 이어질 때 표정은 웃되 차렷 자세로 목석처럼 서있던 신랑과는 달리 신부는 박자까지 맞춰가며 리듬을 탔고 심지어는 부케를 들고 박수까지 쳤다. 신랑 친구의 축가에 엄지 척까지 해보인 신부, 과하다는 생각보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웃는 신부에서 18년 전 나를 보다


결혼식날 흔한 풍경 울음바다 신부 대신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신부를 보며 18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만큼 하객이 정말 많았다. 신부대기실부터 끝날 때까지 나 또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한 달 여전부터 감기로 시작된 잔기침 때문에 배가 당길 정도로 아프고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예식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염려와는 달리 신기하게도 기침 한번 하지 않았다. 객석에서 "딸 낳겠네 딸 낳겠어. 그렇게도 좋냐!! 그만 좀 웃어!" "늦게하는 결혼이니 오죽하겠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나는 웃지 않으면 화난 것처럼 무뚝뚝해 보여 되도록이면 웃으려고 노력한다. 결혼이 좋아 그랬던 것도 있지만 아마 화나 보이지 않으려는 무의식의 발동 인지도 모르겠다. 예식장에서 신부가 많이 웃으면 첫 딸을 낳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난 첫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운을 받아 결혼을 하게 되면서 엄마의 소원을 풀어드리고 남매를 낳아 더한 기쁨을 드렸다.


그리고 엄마가 그토록 예뻐하는 사위, 이서방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분명하다. 삭삭하고 배려심 많으며 침착한 한결같은 사람이다. 흔히들 싸우는 것도 관심이 있어야 싸우는 거라고 안 싸우는 부부는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하지만 결혼 18년 차 이렇다 하게 싸운 기억이 없다. 직속 예하 사원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아래였다. 결혼하면서 엄마의 당부가 있었다. "이서방이 너보다 나이 적다고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너는 평소대로 대한다고 해도 막상 나이가 어리면 서운할 수도 있으니 그럴수록 더 위해주고 존대해야 된다. 잘해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남편은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사내커플이었다. 오래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이 말인즉은 사람은 상대적이란 의미일 거다. 상호성의 법칙이랄까!! 대부분의 경우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잘하기 마련이다. 남편이 잘했기에 나 또한 잘하려고 노력했고, 또 한편으론 누나와 엄마 같은 마음도 있었다. 여성의 모성애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남편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직장생활 시절 '박학다식, yes맨'이었다. 그래서인지 인기가 많았다. 그 인기남을 누구보다 먼저 내편으로 만들었다. 매거진으로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볼까 급 생각 중이다. 연상 연하였던 만큼 재미난 사연으로 MBC 간판 프로그램 라디오시대와 싱글벙글 쇼 등 라디오 방송을 탄 적도 여러 번이다.



지난 2월 말에 평소 즐겨 듣던 프로그램인 '성공 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코로나 관련 청취자 인터뷰가 있었는데 김방희 선생님의 질문 중에 생필품은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남편이 퇴근하며 장을 봐오는 편이다라고 했더니 참 좋은 거라며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면 하셨었는데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집은 남편이 주로 장을 봤다. 퇴근하며 마트에 들러 봐 오거나 주말 아침 산책하고 들어오며 봐오는 식이다. 난 급한 것 몇 가지 집 옆 마트에 가는 게 전부다. 내가 바빠서가 아니다. 프리랜서라 남편보다 시간이 많다. 며칠 일정으로 교육으로 집을 비울 때도 동료들은 가족들 먹거리 걱정을 하지만 난 내 만족을 위해 집안 정리만 하고 간다. 오히려 남편이 더 잘 챙기는 먹거리다.

집 밖 출입이 무서웠던 지난 코로나 속 2월의 인터뷰다. 모두의 생활리듬을 앗아간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본다.

남편의 챙김
남편의 챙김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사 왔다는 복숭아, 책상 위에 슬그머니 두고 간다. 고마운 줄 알지만 나의 이 무뚝뚝함으로 겉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 가끔씩 이렇게 SNS에 남기는 게 전부다. 남편이 보는지는 알 수 없다. 오늘 결혼식장에서 한없이 예쁜 커플을 보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18년 전 나를 추억했다. 그리고 여전히 잘하고 있는 남편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전한다.

"이서방, 말을 안 하지만 고마워하는 거 다 알지?"

그나저나 이제는 표현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가족에게는 유난히 인색한 표현이다. 방법이 있을까?


행복발전소 정리수납은 쉬운 정리를 지향합니다.
어느 순간부턴가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유튜브 선생에게 물어본다. 유튜브를 보면서 느낀 점은 분야의 여러 유튜버들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잘 알려줌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분야일 때는 재생 속도를 늦추고 몇 번을 돌려보게 된다. 그래서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시작하려는 첫 마음의 포기 없이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또한 모두의 성장을 기원하고 기대하는 만큼 일시적인 정리가 아니라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행복발전소 정리수납' 구독하고 부자 되자!
'강사, 유튜버, 작가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만인을 위한 행복발전소 가동을 멈추지 않음에 성장을 거듭하며 덤으로 심적 물적 풍요를 경험한다. <행복발전소 정리수납의 사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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