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었다.
기다리는 책이 왔다.
기쁜 맘에 2개를 개봉했다.
뜯고 보니 한 권은 내 책이 아니다.
남편 책이다.
5권 중 내 책이 아닌 한 권은 뭘까요?ㅎㅎ
더벅 해진 머리다.
여느 때처럼 한 권을 챙기고는
설레는 맘으로 나섰다.
단골 헤어숍이 있다.
외모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헤어스타일이다.
친정 엄마를 제외한 모든 분들은
지금의 숏컷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나 또한 맘에 든다.
십 수년간 까만 생단발 머리를 고집하다가
어느 날부턴가 바꿔보고 싶었다.
여러 곳을 다니며 바꿔보고 싶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지금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스타일 바꾸기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후문 쪽에
아담한 미용실이 생겼다.
가깝기도 하고 디자이너 스타일도 좋아
뭔가 믿음이 갔다.
미용실 문을 열었다.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은데..."
"네, 제가 알아서 해드릴게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 주겠다고 한다.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대꾸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불안보다는
오히려 신뢰가 갔다.
수성구에서 왔다고 했다.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두피가 드러나는 휑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떴다.
세상에나 생전 처음인 그야말로 숏컷이다.
마음에 든다 안 든다는 마음보다
낯선 모습에 어색함과 함께
가벼우면서도 써늘한 느낌으로 돌아왔다.
다각도로 비춰봤다.
거울 속 나는 여전히 어색했다.
그 낯선 모습도 점점 익숙해져 갔고
일을 하기도 머리를 감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
내 스타일을 찾은 거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결혼과 함께
먼 곳으로 이전을 한다는 소식이다.
따라가기는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아쉬움이 컸다.
커트할 때가 되었다.
이마트 갔다가 눈에 들어온 헤어숍,
이가자 헤어비스
큰 기대 없이 앉았고
지금 스타일로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분의 현란한 손놀림이 심상치 않다.
다시 한번 믿음이 갔다.
성격도 호탕하다.
알고 보니 부원장 미호 님이다.
같은 쇼트커트이지만
미호 님의 컷이 더 맘에 들었다.
다시 한번 뿌듯했다.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특별한 주문 없이 앉으면 알아서 해주니
얼마나 편한지.
나는 옷을 살 때도 몇 개의
정해 둔 브랜드가 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이라
온라인으로 구입해도 실패가 없다.
쇼핑을 즐기는 분도 있지만
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브랜드를 정해두면 쇼핑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씩
편식을 할 때도 있다.
그동안의 안부와 몇 페이지가 넘어갈 즈음
펌이 끝났다.
오늘은 서비스가 하나 늘었다며
손 마사지 팩까지 해준다.
손이 호강한다.
감사하다!!
단골 헤어숍이 있나요?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는 나를 두고,
남편의 소리다.
"바깥 풍경을 봐!!"
여기는 비가 온다
빗소리가 참 좋다
- 부산 가는 길, 오랜만에 조수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