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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관 Jul 19. 2022

희망 사항

ㅣ꿈이라도 좋으니 마음에 하나씩은 품고 살아야 할 로망에 대한 이야기


나는 잠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라서 늦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날이 아니면 알람은 사용하지 않는다. 연중 350일 정도는 여섯 시가 조금 넘으면 눈을 뜬다. 잠자리에서 꼼지락거리는 것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 눈을 뜨면 바로 침대에서 빠져나온다.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가 바다를 본다. 바둑의 수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일출봉과 제주 바다의 어울림은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그 얼굴을 마주하고 스트레칭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폐부 깊숙이 제주 공기를 밀어 넣으면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이웃농장에서 공수한 다양한 채소들을 섞어 샐러드나 즙을 짜서 먹는다. 각자의 농산물을 공유하며 나눠 먹는 자급제 형식이라 금액은 거의 들지 않는다. 


9시가 되면 커피와 함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데 프리랜서지만 하루 4시간, 주4일, 스스로 정한 근무형태를 철저히 지키려 한다. 복장도 집에서 입는 옷이 아닌 업무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업무공간 역시 서재로 국한 시켰으며 근무시간 중에는 소파나 침대를 찾지 않는다. 4시간씩 할만한 일이 없는 날은 독서로 시간을 채운다하지만 업무량이 초과하는 날도 딱 4시간만 일한다.      


업무는 이메일 확인으로 시작된다. 강연이나 미팅 일정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각 일간지의 큰 기사들을 대충 읽어본다. 구독중인 유튜브 채널의 업로드된 영상들도 챙겨본다. 물론 업무와 관련된 영상이며 좋아하는 낚시나 캠핑 영상 등은 4시간 업무가 끝나고 본다. 


의뢰받은 칼럼의 마감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프리랜서에게 결과물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마감을 지키는 일은 성실도를 인정받는 척도이므로 목숨처럼 지키려 한다. 지난 5년간 마감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으며 마감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2년 전인가 태풍 때문에 인터넷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1시간 가량을 달려 인터넷에 접속해 결과물을 보낸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신뢰라는 암묵적인 믿음 아래 많은 의뢰가 이어지는 것 같다. 또 집필 중인 책의 진행 상황 확인과 블로그 관리, 읽어야 할 책과 소개해야 할 책의 선정 정도가 주 업무인데 간혹 소소한 업무가 발생하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거의 없다.     


제주도 돌담


4시간의 업무가 끝나면 퇴근이다. 점심을 챙겨 먹고 햇살 좋은 날은 마당에서 사색에 잠긴다. 그러다 졸리면 낮잠을 잔다. 이웃에서 뭐라도 먹을 걸 갖다 주면 막걸리를 마실 때도 있다. 코앞이 바다라 낚시를 자주 하는데 운좋게 감성돔이라도 한 마리라도 낚으면 저녁상이 풍성해진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한량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행복하다. 회사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오직 나와 내 가족을 위한 행동이라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라기보단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행복하다. 정해진 매뉴얼에 끼워 맞추기보단 내가 정하면 매뉴얼이 되니 행복하다. 오늘 저녁 밥상에는 감성돔 매운탕이 올라올 것 같다. 그래서 또 행복하다. 사랑하는 이와 원하는 공간에 머물며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살아가는 인생이라 행복하다.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면 독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으로 돌아가 이 글의 제목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아 출근하기 싫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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