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이 시작되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건 아니지만 각오는 결연했다.
달리는 시간 보다 걷는 시간이 많은 첫날 훈련은 정말 밍밍했다. 힘이나 호흡이 남아돌았다.
무얼 했다고 둘째 날은 스트레칭과 충분한 휴식이었다.
이런 훈련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5km를 달리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었다.
2주 차부터 제법 훈련 같은 강도가 느껴졌다. 소화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3주 차가 되면서 2분 걷기 후 13분 달리기, 이때부터 살짝 힘들었다. 달리는 시간이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고비가 있긴 했지만, 30일간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위기도 있었고 희열도 있었다.
통증이 찾아오는 날, 호흡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날, 조금만 더 욕심이 생기는 날, 그만둘까 싶은 날,
다양한 시간들이 합쳐졌다. 한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나는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느 순간 시간이나 거리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몰입은 눈떠서 잠들 때까지 오직 한 가지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물며 수면 중에도 잠재의식에 머물러 있는 생각이 몰입이라고 했다. 지난 한 달은 달리기에 온전히 몰입한 시간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에서도 달린다는 거다. 구두를 신고도 달렸다. 주차장에서 집까지, 사무실에서 화장실까지, 마트를 갈 때도 달렸다.
좁은 보폭으로 발전체가 닿게도 해보고 큰 보폭으로 뒤꿈치가 닿게도 달렸다.
머릿속에는 온통 자세와 호흡법에 관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기술보다 정신의 승리였다.
달리기에 이질감이 사라지고 제법 달리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주로에 나서는 게 편안해졌고 호흡이 거칠어져도 견딜만했다.
겨울에 시작한 달리기가 계절을 건너고 있었다. 무얼 해도 좋을 4월이 너무 기대되었다.
그래서 5km 완주는 성공했냐고 솔직히 말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3주 차 훈련이 지나면서 5km라는 숫자에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뛰는 사람이다.” 이 한마디가 각인되는 순간 숫자는 의미가 없어졌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