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ㅣ달리기 프로그램 따라 해보기

by 서현관


3월에 처음 뛰어 본 2km는 희열과 근육통을 남겼다.

단순히 달리는 행위가 이 정도로 자극이 가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근육통뿐이지만 모르고 달리면 관절이나 인대 같은 부위도 장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는 골프나 수영처럼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달리면 그만인 운동이 달리기 아니던가 걸음을 누가 알려줘서 걷는 게 아니듯 달리기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로 여겼다. 하지만 알수록 어렵고 그 어떤 운동보다도 학습이 필요한 운동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신발만 골랐구나, 도대체 뭘 한 거야”


달리기에 투자한 시간이란 게 절반은 인터넷 쇼핑이었구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학습이 필요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달리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답답했다.

아파트 상가마다 있는 태권도 학원처럼 달리기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땅히 물어볼 때도 없었다. 간혹 선수 출신들이 짧게 레슨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맞추기가 힘들었다.


지역 동호회도 있었지만 그들의 활동과 사진을 보니 가 봐야 민폐일 게 너무나 뻔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슬그머니 섞일 수 있는 그런 동호회가 아니었다. 10km를 동네 마트 다녀오듯 달리는 러너가 득실득실한 동호회를 최고 기록 2km 러너가 들어간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와중에 모집공고 문장 하나가 마음을 후빈다.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도 대환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낚이면 개념 없는 물고기 신세가 될 게 너무 뻔해 동호회 가입은 포기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동호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함부로 가입해서 안 될 동호회가 바로 몸을 쓰는 동호회다.

악기, 언어, 요리, 낚시 같은 동호회는 말 그대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유대가 형성되고 성향이 맞으면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다.


running-1944798_1280.jpg 달리는 사람들


하지만 축구, 달리기, 자전거, 등산처럼 몸을 쓰는 동호회는 기술은 나중 문제고 우선 체력이 안 되면 도태되고 결국 스스로 그만두게 된다. 조기 축구회에 들어갔지만, 매번 잔디 한번 못 밟아보고 해장국만 먹고 오는 날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비애가 느껴질 것이다. 누가 그만두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몸이 안 좋아서, 집안에 일이 있어서, 같은 이유로 안 나가게 된다. 그게 제일 안 좋다.


그러니 초보자 환영이란 사탕발림을 진짜로 믿으면 얼마 뒤 찬란했던 내 장비들은 거의 새것이란 이름으로 중고장터에 올라가게 된다. 그나마 등짝에 본인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은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옷장 속에 1년 즈음 처박아 놓았다가 어느 날 아내 성화에 버리게 된다. 그러니 마라톤같이 장거리를 달리는 동호회는 출발과 동시에 안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고 싶은 욕구는 점점 더 커졌다. 학원도 없고, 동호회는 힘들고, 주변에 달리는 사람도 없고, 답답한 달리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책과 유튜브만이 유일한 스승이었는데 아무래도 유튜브에 의존도가 더 높았다.


“조금도 의심하지 마세요. 이미 수많은 구독자가 경험을 하셨습니다.”로 시작하는 “왕초보 러너에게 필요한 30일 러닝 프로그램”이란 영상도 유튜브에서 찾아냈다. 영상은 30일간 그대로 따라만 하면 5km를 달리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30일간 계획표를 짜고 매일 기록하며 달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훈련 내용이 너무나 가벼웠다. 첫날은 3분 걷고, 1분 달리기, 그것도 거북이 스텝으로 천천히 달리기, 하물며 둘째 날은 스트레칭과 충분한 휴식이라고, 정작 한 달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달리는 날은 2주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달리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30일 뒤 5km가 가능할까? 강한 의구심이 생겼지만, 밥의 온도를 따질 처지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찬밥이든 더운 밥이든 일단은 받아 먹어보자는 심정이었다. 5km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래 일단은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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