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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ug 31. 2022

#130 1~2도 오르기 전에

#130 1~2도 오르기 전에


참 신기하지요. 지구상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365일 내내 똑같이 36.5도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하지만 우리는 체온이 1도만 올라가 37.5도가 되면 불쾌한 미열을 느낍니다. 2도가 올라가 38.5도 이상이 되면 고열로 힘들어하지요.


인간은 스스로 대단한 존재라 생각합니다. 지구라는 그리 크지 않은 행성에 살면서 문명을 일궈낸 생명체이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체온 1~2도 변화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이지요.  


몸이 조금 안 좋아 코로나 간이 검사를 해 봤습니다.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 저녁까지 세 번을 했는데 모두 음성이더군요. 혹시나 해서 병원에서 PCR 검사를 했는데 밤늦게 양성이라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가 초기 창궐할 때, 코로나 병동 전담의로 몇 개월간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코로나에 관해 경험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물어볼 전문가도 없었으니 의사나 간호사나 알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역병이란 유령을 상대로 싸우는 느낌이었지요.


코로나 폐렴은 다른 폐렴과 달랐습니다. 흉부 영상 촬영하면 폐의 말단 부위부터 허옇게 보이는데 의외로 환자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른 폐렴이라면 영상 검사에서 이 정도 허옇게 되면 발열도 심하고, 기침, 가래 등도 있지요. ‘어, 코로나 별거 아닌데, 증세도 심하지 않고.’ 환자도 처음에는 코로나라고 겁을 먹고 있다가 별 증세가 없으니 왜 자신을 이렇게 격리해 놓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괜히 코로나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자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생기면서 환자 상태가 나빠져 당혹스럽게 만들었지요.


그 당시 코로나가 특이했던 것은 젊은 층이나 어린아이에게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심지어 젊은 부부는 코로나로 입원했는데, 아기는 걸리지 않아, 그 아이를 돌보는 것이 오히려 문제인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는 초기 코로나와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 양상입니다. 나이  사람만을  타겟으로 했던 초기 코로나와 달리 언제부터인가 젊은 층이나 아기들도 코로나에 흔하게 걸리는 양상으로 바뀌게 되지요.


감염 대상도 변화가 있지만, 증상 양상도 다릅니다. 초기 코로나는 목의 통증과 같은 인·후두 부위, 즉, 상기도 호흡기 증세보다는 폐 깊숙한 곳에서 시작하는 하기도 호흡기 질환 양상이었는데, 요즘 코로나 환자는 목 통증을 많이 호소합니다. 이렇게 목 아픈 것은 처음이라며 찢어질 듯이 아프다고도 하시더군요. 최근에는 이것도 조금 변하는 것 같아 열이 많이 나는 것이 주 증상인 경우도 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열이 주 증상입니다. 어제는 39.3도의 고열이 있어 땀으로 옷이 다 젖더군요.


다시금 깨닫습니다. 사람은 1~2도의 체온 변화에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워하는 나약한 존재이고, 3도 이상 올라 39.5도 이상 되면 의식도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주는 늦은 여름휴가라서 진료를 미리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다행히 병원 업무는 지장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휴가라 봤자, 특별한 여행 계획은 없었고, 요즘 건강에 문제가 생기신 부모님 찾아뵈면서 갤러리 지킴이 하며 쉬려 했었지요. 물론 쉰다는 것도 열이 없고 아프지 않아야 제대로 쉬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나대지 말고 잘 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체온 1~2도의 변화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몸으로 새삼 깨닫습니다. 체온 1~2도 변화에 인간은 이리도 휘둘리는데, 기후 1~2도 변화에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생명체 모두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지금은 해열제를 먹고 열이 조금 떨어지니 제 한 몸 제대로 간수 못하면서 지구 걱정하고 있군요. 조금 있다가 다시 열이 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으니 빨리 글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1~2도 오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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