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판단하지 말라고?
‘알아챙김’ 명상을 공부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판단하지 않음’이란 개념이었습니다.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매 순간 판단하며 사는 것이 삶인데 그것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가. 아무 생각없는 바보의 삶인가.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요한 선생님은 페북(2022.8.30)에서 판단을 잘 정리해 주십니다. 판단 안 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즉 판단을 바로 사실이라 여기지 말고, 이를 알아차리라는 것이지요.
‘~라고 판단하고 있구나.’ 훈련법도 제시하시지요. 저도 ‘~구나’ 기법을 마음챙김 강좌나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만날 때 자주 전했던 것인데, ‘~라고 판단하고 있구나’도 판단을 알아차리는데 좋은 방식이라 생각됩니다.
일 년 전 썼던 글이 생각나 다시 꺼내 올립니다. 그 당시 저에게 정리되었던 ‘판단하지 않음’의 의미는 ‘하나로 단정하지 않기’ ‘예단하지 않고 열어놓기’ 정도였는데, 문요한 선생님 덕분에 판단의 알아차림에 관해 조금 더 정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히
마음 놓치지 말고 마음 챙기며 살라고 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머무르지 말고 ‘지금 여기에' 살라고 합니다.
현재에 산다는 것이 과거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지요.
현재에 산다는 것이 미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지요.
과거를 잠시 보되, 과거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미래를 잠시 보되, 미래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현재를 산다는 것은 현재에 머문다는 것.
애써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라는 것.
‘판단하지 말라'의 의미는 아무 생각 없이 살라는 것이 아니지요.
‘판단하지 말라'는 과거와 미래를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이지요.
과거를 보되 과거를 단정 짓지 않는다는 것
미래를 보되 미래를 단정 짓지 않는다는 것
과거의 사건을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 의미의 해석을 닫아놓지 않고 열어놓는다는 것
미래의 일을 하나로 예단하지 않는다는 것
그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열어놓는다는 것
마음 놓쳐 과거와 미래 속에서 헤매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내려놓고, 알아차리고, 바라보라.' 하지요.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