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Aug 19. 2022

#128 소리를 넘기며

#128 소리를 넘기며  


숲은 양보합니다.

자신의 소리를 양보하지요.


작은 동산 숲속을 걷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걷지요.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나무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 빗소리가 잦아들면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조금 있으면 새소리도 들리지요.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자신들의 소리를 냅니다.

비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고

조용히 풀벌레와 새소리를 듣습니다.


갑자기 비가 오시면

풀벌레와 새들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빗소리에 숲을 내주지요.

자신이 소리 낼 때와

고요히 바라보고 있을 때를

숲은 정확히 압니다.


고요한 숲에서 사는 이들은

다음 존재에 소리를 넘겨주며 살아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7 싸움이란 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