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패배란
한 선배는 통닭을 사서 맥주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선거 개표 방송을 보기 위해서였다지요. 하지만 개표 방송이 너무 싱거워 닭 맛도 술맛도 별로였다고 하는군요.
그러고 보니 선거 날은 치킨이나 맥주가 잘 팔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선거는 흡사 운동 경기 응원 같기도 하지요. 어느 팀을 열렬히 응원하며 개표 결과를 흥미 있게 쳐다봅니다.
저는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번처럼 선거 개표를 들여다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야 경기도민이라 투표권도 없었지요. 그래도 우리나라 가장 큰 두 도시 지자체장을 뽑는 것이니 왜 관심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출구조사에서 너무도 큰 표 차이이어서 흥미를 잃어서인지 아예 저녁을 먹고는 TV 없는 안방에 들어가 일찍 잠들었습니다. 선거 때면 중간에 깨서 결과를 확인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침까지 내리 잤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도 휴대폰을 아예 켜지도 않고 침대에서 뒹굴거렸지요. 거실에서 아내가 아들에게 “민주당이 엄청나게 크게 졌어”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개표 결과를 알았습니다.
선거 다음 날 패배의 충격으로 페이스북을 떠나는 분도 있더군요. 선거 기간 현장을 여기저기 누볐던 사진작가도 짧은 인사와 함께 페이스북을 접었습니다. 평소 그의 사진과 글을 즐겨보던 이로서 그의 떠남이 아주 아쉬웠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며 댓글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저와 같이 투표권도 없고 뿌연 회색인이 아니라 한 사람을 열렬히 지지하고 몇 날 며칠 선거에 깊이 자신을 던진 이에게 패배는 큰 충격이지요.
그에게 닉슨의 말을 전하며, 저도 오늘은 짧게 마무리하렵니다.
“인간은 패배하였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