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부자 따라 하기라는 게임이 있었다. 아침에 기상을 하면 먼저 치아를 10여 번 정도 서로 부딪히게 하고 그다음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한 다음 신문을 읽는 순으로 전개되는데 대부분 신문을 소리 내어 읽는 것에서 많이 들 어려워했다.
부자가 되면 그렇게 바뀌는 것인지, 부자가 되기 위한 과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는 게 그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오늘 시골에서 톡으로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벼 베는 기계인 컴바인 한 대가 길옆으로 넘어져 있는 사진이었다. 딱 한 줄의 벼베기만을 했을 뿐인 사진...
“무슨 사고야?”
“누가 다쳤어?”
“아니 죽었어”“옆집 노인회 회장님 댁 사위라는데...”
“아니 저렇게 넘어진 걸로 사람이 죽은 거야”
“나도 지금 마음이 진정이 안돼”
이렇게 문자를 나누면서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한다.
돌아가신 그분도 아침에 집에 나올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수매 가격도 좋지 않은 데다가 벼 수확기에 접어든 요즘 농사에는 쓰임새가 거의 없는 비가 자주 내렸다. 농촌에 사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이런 시기에 더욱더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고 많이 들 속을 끓이고 계신다.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고 이렇게 비라도 내리면 벼 수확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벼의 품질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도 이 사정을 충분히 알기에 매일 늦은 밤까지 라이트를 켜고 논 한구 간이라도 더 벼를 베려고 애써 왔을 터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왔어도 농촌 어르신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는 힘들었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가면 이웃집 어르신들의 벼 수확 독촉 전화가 다반사여서 저녁조차 편히 먹기 힘들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런 와중에 도시에 사는 친인척의 결혼식이 알려져 오고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의 위중한 상태가 전달되어 오기도 하는 등 내 삶이 바쁘다고 비켜가 주는 것은 거의 없다. 결혼 10년 차가 넘어서면서 전자제품 고장이 다반사이고 내일 아침 세탁기 수리를 물어오는 와이프에게 대충 대답을 해주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말이다. 머리가 복잡하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 농번기임에도 한 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시계는 오전 6시를 향해 가고 있다. 오늘은 포도나무집 논을 수확하러 가야 하는데 아침 하늘색이 좋지 않다. 어제저녁 집사람에게 이야기한 전자제품 수리는 거의 생각하지도 못하고 대충 아침을 뜨고 담배 한 대를 다 태우지 못한 채 컴바인에 올랐다.
넘어진 컴바인을 본다.
아이들과 아침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인가는 정말 좋은 날이 와서 어머니께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넬 줄 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