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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은 한국에서 100으로 쳐준다.

들어오는 달러는 묻지도 않더라.

by Peter Shin

미국에서 1은 한국에서 100으로 쳐준다.


1️⃣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적어도 미국의 모든 것들을 (기술과 문화) 따라가려 한다.

한국 사회의 깊은 무의식에는 ‘미국은 곧 미래’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다. 기술이든 문화든, 창업이든 학문이든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곧 한국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로 태어난 기술은 아직 국내엔 소개되지 않아도 이미 언론에서 조명되고, 전문가들의 해설이 뒤따르며, 기업들은 ‘우리도 해야 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인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 디자인 철학이 다음 시즌 국내 산업 디자인에 스며들고, 테슬라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면 한국 기업들은 앞다투어 벤치마킹 전략을 수립한다. 문화 쪽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미국 드라마의 서사 구조나 인물 설정은 국내 콘텐츠 작가들에게 무언의 가이드라인이 되며, 뉴욕타임스나 블룸버그에 긍정적으로 언급된 한국 브랜드는 순식간에 국내 시장에서 ‘역수입’ 신화를 누린다. 요컨대 미국에서 1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시작점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이미 성공의 증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2️⃣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한국의 비애. 들어오는 달러는 묻지도 않더라.

한국은 아직까지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해외로 뚫고 나가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이 구조 속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능력’은 국가적 차원의 미덕이 된다. 따라서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 그리고 달러라는 가장 강력한 통화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 인물, 브랜드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 미국 VC로부터 Seed를 유치했다는 스타트업은 국내에선 거의 자동으로 시리즈A를 확보하고, 미국 유니콘 출신 인사가 창업한 회사는 국내에선 비즈니스 모델의 정당성조차 검증받기 전에 고평가된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사업 성과가 크지 않아도 미국에서 매출 1이라도 찍히면 그것은 한국에서는 훈장이 되고 투자 브리핑 자료가 된다.


실제로 은행에서도 법인에서 달러가 반출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달러가 들어오는 과정은 너무나 쉽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미국 시장 진입이라는 글자에 현혹되곤 한다. 정작 제품이 잘 팔리는지, 기술이 실제로 쓰이고 있는지는 뒷전이고, 미국에 있는 것만으로 환영받는게 현실이다.

한국에서의 성과는 숫자, 미국에서의 성과는 상징이 된다. 안타까울수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한국이 처한 달러 의존적 현실이다. 창업자는 이를 인지해야 한다.


3️⃣ 심지어 커리어에서도 다르다.

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 같은 시기에 같은 산업에서 활동했다 해도 커리어에 ‘미국 HQ 근무’라는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 본사에서 일한 사람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일종의 전문가 집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HQ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보다, HQ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만큼 한국은 글로벌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면서도, 그 글로벌의 기준은 거의 언제나 미국이다.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그 자체로 일종의 명함이 되고, 이직 시장에서는 연봉이나 직급 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아무리 한국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더라도 로컬에만 머물렀다면 그 가치는 축소 평가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경력을 쌓으려 하고, 미국 MBA나 미국 기업 인턴십, 심지어 단기 프로젝트라도 미국 발자취를 이력에 남기고자 한다.


전략없는 미국 진출은 안된다. 하지만, 창업자라면 미국진출은 무조건적이지 않나 싶다.


모두가 성과주의를 외치지만, 이 성과의 무게는 공정하게 측정되지 않는다.

출신지가 미국이라면, 그 1은 곧 한국에서 100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세계는 미국을 인정하고, 한국은 그 위에 또 한 번 프리미엄을 얹는다.


�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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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기는 올해 10월, 미국 현지에 함께 갈 수 있는 팀을 선정하는 2025년 마지막 배치가 될듯 합니다. 게다가 현역 YC 파운더들이 대거 멘토로 참여하는 첫 번째 배치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따로 포스팅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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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S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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