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B2B SI 문화’, 미국은 ‘Pure SaaS 문화’
한국 B2B SaaS, 미국에선 왜 잘 안 먹힐까?
한국에서 꽤 잘 나가던 B2B SaaS들이 미국 진출에서 의외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A. 경쟁이 치열해서, B. 네트워크가 없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깊은 구조적 이유가 있긴 하다.
참고로 이글은 B2B SaaS에 국한시켰다. (Services 솔루션들 제외)
1️⃣ 한국은 ‘B2B SI 문화’, 미국은 ‘Pure SaaS 문화’
한국 기업 고객들은 여전히 SI(System Integration)적 사고에 익숙하다. 솔루션을 받는 고객도, 제공하는 우리도.
즉, “우리 회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해달라”가 당연한 요구로 받아드려진다. 그래서 한국 SaaS는 사실상 하이브리드 SaaS + SI 형태로 성장해온 경우가 많다.
문제는 미국인데,
미국의 SaaS 고객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의 원하지 않다.
“이건 제품이지 컨설팅이 아니다”라는 문화가 강하고, 스스로 온보딩할 수 있는 Self-serve UX가 아니면 초반부터 탈락된다. 한국식 “우리 팀이 가서 구축해드릴게요” 접근은 스케일링 불가능한 모델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면 우리는 SaaS가 아니라 Services Company라고 하는게 맞다.
2️⃣ 가격 전략의 함정
한국 SaaS는 저가 + 장기 계약 모델이 흔하다. “월 500만원에 모든 기능 + 커스터마이징, 2년 계약에, 유지보수 5년, 한번에 내는 좋건으로 얼마 디스카운드” 같은 딜.
미국은 정반대이다.
고가 + 유저당 과금 + 명확한 가치 증명이 기본이다.
$30/user/month로 시작해서, 고객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가는 구조. 한국식의 ‘싸게 한 번에 많이’의 모델은 미국에서 가치가 낮게 보이며, 이런 순간 바로 외면받기 쉽다. 소프트웨어의 세일즈 또는 도입 방식에서 세련미가 안보이는것이고 신뢰를 못주는 거다.
3️⃣ 세일즈 플레이북의 부재
한국은 네트워크 세일즈 + 탑다운 영업이 중심이다.
사장단 미팅 잡고,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해 계약을 따내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은 훨씬 구조적이다.
PLG(Product-Led Growth) → SDR(세일즈 개발) → AE(어카운트 이그제큐티브) → CSM(고객 성공).
이 플레이북이 짜여 있어야만 투자자와 고객 모두 신뢰한다.
“대표님이 직접 팔아서 몇 건 땄다”는 식의 세일즈 스토리는 미국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B2B SaaS를 대표가 직접 팔았어야 하는, 유니크한 고객 케이스가 명확하게 있지 않고는.
4️⃣ 문제 정의의 차이
한국 SaaS는 종종 한국 시장에서 겪은 문제를 그대로 들고 미국으로 간다. 이건 대범한게 아니다. 전략적이지 못한거다. 게으른거다.
미국 기업은 이미 그 문제를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에서의 핵심 Pain Point가 미국에선 별로 아프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는거다. 우리가 정의한 Pain point를 왜 미국 고객이 아파해야 하는지 개념설명하다 미팅 끝난다. 거의 강매식이다. 나는 이게 미국 고객들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거라 본다. 이건 매너가 아니다.
결론.
대표님, 미국에서 우리가 안 먹히는 이유는 단순히 네트워크 부족이 아니에요.
제품 철학, 가격 구조, 세일즈 전략, 문제 정의 - 이 네 가지가 미국식 SaaS 게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적합성의 문제이며 전략의 문제이다.
그래서 한국 B2B SaaS가 미국에 가려면 제품을 팔러 가는 게 아니라, 아예 회사의 Operating System을 갈아엎으러 간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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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Pacifica,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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