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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Oct 07. 2017

작가의 제주

감성작가 이힘찬

오늘은 어디로 갈까, 고민은 하되
머리 아프게 까지는 안 한다.
어딜 가든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어딜 가든 충분히 만족스러우니까.

작가로 산다는 게 그렇다. 아니
작가로 제주에 머문다는 게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제주에 오기 전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제주는 핑계가 더 좋다는 것.

보여주기-에 어느 정도 맞춰진
어떤 이들의 삶에 있어서는 조금 더
그럴듯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를 가야 할 때가 그렇다.

하늘이 유난히 맑고 파란 날이라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간다.
파란 하늘 사이에 하얀 구름이 떠있다면
작업은 포기하고 야외에 앉는 것이 좋다.

왠지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널어놓은 빨래가 걱정인 날에는,
동네에 있는 많은 카페들 중에서
내게 가장 적합한 곳으로 간다.

이를테면 슬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라던가,
안쪽은 조금 어둡지만, 따뜻한
주홍빛 조명이 주를 이루는 곳 같은.

이미 쏟아지는 빗속에 갇힌 날에는,
넓은 창가 자리가 있는 카페가 좋다.
떨어지는 빗소리, 창을 두드리는
그 소리에 마음껏 기댈 수 있는 곳.

비에 젖은 풍경 사이로

걸어가는 이들의 발자국을 보면,
내 마음이 젖어드는 곳.

날씨 하나로도 이러한데,
그날 내 감정의 색감에 따라,
그날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따라,
펼쳐질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내일은 숲으로 가는 게 어떨까.
아니 오름으로 가는 게 좋을까.
그늘진 계곡은, 남쪽 해안가는,
혹시 그때 그 포구는 어떨까. 아니
가본 적 없던, 그 좁은 길은 어떨까.

작가로 산다는 게 그렇다. 아니
작가로
 제주에 머문다는 게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든, 당장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만 하는
수많은 핑계가 있다.

-

그래서 이 여정에는 이 없다.
언제까지 제주에 있을 거냐는 질문에
답해 줄 말이 없다.

곧 서울로 올라간다고 해서,
제주를 떠나는 것이 아니니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감성에세이&사진에세이

오늘 하루, 낯설게

by 감성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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