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없는 하늘이 싫다.

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6

by 이힘찬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도 제법 매력적이지만, 나는 회색으로 살짝 물든 구름이 넘실거리는 하늘이 더 좋다. 때 묻은 것 같기도 하고, 물에 젖은 것 같기도 한 그 구름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결코 정리할 수 없을 내 머릿속 같기도 하고, 적당히 때 묻은 내 마음 같기도 해서일까.


반면에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은 날 부끄럽게 한다. 저곳 어디에서도 나를 찾을 수가 없어,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 저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 나는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나의 실수들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저 하늘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하늘을 사진 속에 담기 좋아하는 이유 때문에라도 구름 없는 하늘은 참 밉다. 그런데 오늘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고, 유난히 더 맑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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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읽고, 시를 그린다.

- 에세이 작가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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