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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Mar 25. 2020

결혼 후 사라진 '감성'

감성&그림 에세이 감성제곱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았다.

감성적인 생각들은 사라졌고,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들 외에

다른 감정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라고 한동안 생각해왔다.


봄이 다가오던 어느 날 문득,

잠시 생각에 잠겨 기억에 잠겨

다시 한번 곱씹어 보니,

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저 내 감정에 대해

잠시 방심하고 있었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었거나,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다.


-


나는 요즘도 가끔씩

기억하고 싶은 날이나

기념하고 싶은 날에는

작은 꽃다발을 준비한다.


물론 그 작은 꽃이,

이 커다란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 꽃을 한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바람에 흔들릴까,

사람에 부딪힐까,

꽃이 상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손에 포개어 쥐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동안


나는 외면하고 있던

감정에 젖어들게 된다.


그 작은 꽃다발은 어쩌면,

당신을 향한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방심하지 않고자

한 번씩 한 움큼 씩

그 감정을 되새겨주는,

날 향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감성에세이&그림에세이

감성제곱 by 이힘찬


#감성제곱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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