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그림 에세이 감성제곱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았다.
감성적인 생각들은 사라졌고,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들 외에
다른 감정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라고 한동안 생각해왔다.
봄이 다가오던 어느 날 문득,
잠시 생각에 잠겨 기억에 잠겨
다시 한번 곱씹어 보니,
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저 내 감정에 대해
잠시 방심하고 있었거나,
혹은 무시하고 있었거나,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다.
-
나는 요즘도 가끔씩
기억하고 싶은 날이나
기념하고 싶은 날에는
작은 꽃다발을 준비한다.
물론 그 작은 꽃이,
이 커다란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 꽃을 한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바람에 흔들릴까,
사람에 부딪힐까,
꽃이 상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손에 포개어 쥐고
그녀에게 돌아오는 동안
나는 외면하고 있던
감정에 젖어들게 된다.
그 작은 꽃다발은 어쩌면,
당신을 향한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방심하지 않고자
한 번씩 한 움큼 씩
그 감정을 되새겨주는,
날 향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감성에세이&그림에세이
감성제곱 by 이힘찬
#감성제곱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