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아빠의 마음
3월, 어린이집 입학을 앞두고, OT에 다녀왔다.
첫 상담은 아내가 갔으니 OT는 내가 가기로 했다. 더 천천히 보낼까, 안 좋은 뉴스도 많던데 괜찮을까, 그냥 집에 더 있게 할까, 우리 부부는 쭉 고민이 많았다. 하랑이는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 아빠와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에 대한 추억은 차곡차곡 잘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탓에, 가족 외에는 지금까지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하랑이. 또래 아이들과 마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조차 겪어보지 못한 하랑이에게,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우리가 해줄 수 없는 새로운 경험들. 물론,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어린이집에 조금이라도 불안 요소가 있다면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
하랑이와 함께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아빠와 아들 사이에 희미했던 '연결고리'가 더 깊어지는 중에, OT 날이 되었다. 사실 나는 집을 나설 때까지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가서 어떤 부분을 잘 체크해야겠다, 좋은 선생님이면 좋겠다, 소독은 잘 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몇 명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그곳에서 들은 첫마디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정말로 처음 듣는 호칭, 아버님. 아, 아아, 아아아... 아버님, 정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호칭인데, 그 말을 듣자마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얼얼했다. 뭔가 놓치고 있었던 기분이랄까. 그 호칭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제야 본격적인 아빠의 길(?)이 시작되는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한 시간 동안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들어갈 반의 선생님을 만났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그리고 떨렸다. 이곳에서 우리 아이가,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가겠구나, 그 생각에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를 등원시키고 하원 시키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앞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고, 또 부모로서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웃으며 반겨주는 하랑이를 보며, 언제 저렇게 컸을까, 그동안 나는 잘 하고 있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늦은 밤, 자리에 누워 아내와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감정이 폭발했다.
"하랑이 맨날 우리랑 있었는데, 낮 시간에도 나랑 맨날 뒹굴었는데. 이제 어린이집 가면 그 시간이 사라지네? 기분 이상하다.. 그럼 이제 이쁘게 웃는 하랑이 독차지를 못 하잖아?! 이상하네~ 뭔가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그리고 정말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몇 마디를 더 나누려고 했는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디 입양 보내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 가는 건데 이거 뭐지, 왜, 눈물이..."
결국 우리는, 함께, 한참을 펑펑 울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정확히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눈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 더 잘해줄걸, 더 재밌게 놀아줄걸,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그런 생각들로 시작해서 선생님이 잘해줘야 할 텐데, 선생님한테 이쁨 받아야 할 텐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할 텐데, 밥 먹는 건, 자는 건, 또, 또, 또..
다 울고 나서 우리는, 하랑이를 더 믿어보자며 서로를 토닥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잘 해줄 거라고.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든 과정을 곁에서 잘 지켜보며, 언제든 하랑이에게 더 필요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주자고.
이제는 2주도 안 남았네..
그곳에 가는 건 너인데,
왜 우리가 이렇게 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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