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작가가 필요하댔잖아요..?

작심삶일을 시작하는 첫 이야기 / 이작가

by 이힘찬
우리 스토리 팀 아니죠? 아닌 것 같아.
스토리 팀이라기보다는.. 텍스트? 텍스트 부서죠.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약 100명 정도의 직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부터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 다양한 팀이 있고, 그중 단 두 명이서 열심히 굴리고 있는 팀이 있는데 그게 우리 팀이다. 일단 이름만은 '스토리' 팀이다.


내 본업은 작가였다. 아니, 프리랜서였다. 작가는 직업이 아니고 삶이니까. 아무튼, 어느 어린 날에 첫 책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취미로 즐기던 그림과 사진을 병행하며 온/오프라인에서 프리랜서로 입에 풀칠하며 살아갔다. 일이 없어 한참 힘든 시기에는, 누군가 하는 일이 뭐냐,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하루살이입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회사를 아예 안 다닌 건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 직후에 지인의 소개를 받아 마케팅 회사에 들어갔고, 첫 책을 내기 전까지는 그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배우며 정신없이 일을 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 본래 꿈이 뭐였는지를 생각할 만큼의 시간. 딱 그 정도 일을 하다가 더 늦기 전에 꿈을 실현하고자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길을 걸었다.


다시 회사 생활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 책을 출간한 때가 2014년이니까, 약 9년이 걸렸다. 내게 가족이 생기고, 책임감이 커지고, 생각의 무게가 더해지기 시작하니 프리랜서로는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나라는 사람이 늘 그렇다. 이 얘기, 저 얘기, 쓰다 보면 끝도 없이 혼자서... 또 다른 얘기로 샐 것 같으니, 여기서 다시 본론으로. 스토리 팀은 나와 김작가 이렇게 두 명이다. 분명 이 회사로 들어올 때 '스토리'를 선택하여 들어온 사람들이다. 스토리를 쓰고 싶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하지만 (물론 우리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스토리 팀이 아닌 '텍스트' 부서다. 그저 조사를 하고, 그저 타이핑을 치고, 그저 교정교열을 하고, 그저 검사를 받고, 그저 수정을 할 뿐 스토리스러운 스토리를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러다가 글 쓰는 기능을 아예 잃어버릴 것 같아서, 감각도 감정도 놓쳐버릴 것 같아서, 우리끼리라도 뭔가 써보기로 했다. 주제도 형식도 정해놓지 않은, 그냥 되는 대로 쓰는 자유로운 이야기. 때로는 문장으로, 때로는 몇 글자로, 때로는 시나리오로, 때로는 시 때로는 카피로, 그것도 아니면 때로는 그림으로. 일상부터 상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글을 지키고 싶으니까,

그렇게라도 스토리를 쓰고 싶으니까,

그렇게라도 작가의 삶을 이어가고 싶으니까.


그래서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김작가와 내가 뒤죽박죽, 아주 정신없게 이 얘기 저 얘기를 던져놓을 예정이다. 재미가 있든 없든, 누가 읽든 안 읽든, 오타가 있든 없든. 그저 우리의 글을 놓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김작가와 매거진 제목을 두고 한참 고민을 했다. 열댓 개의 목록을 써놓고 여러 번 제목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의도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제목으로 고르기로 했다.


작심삶일 어때요?


며칠 고민을 하다 결정한 제목은 '작심삶일'이다. 일상(삶)에서도, 일터에서도, 작가의 마음가짐(심)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써놓고 삶에 치이고 일에 치이다 작심삼일이 되어버리면 너무 창피하니.. 짧게라도, 몇 줄이라도, 되는 대로 그렇게 기록을 이어가야겠다.


우리는 생각날 때마다 이곳에 글을 던지기로 했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우리대로 '작심삶일'일 테니까. 물론 누군가 읽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우리에게 즐거운 순간이 되겠지.


덧 : 여기서는 컨펌받고 수정할 일 없으니까, 부디 그냥 편하게 써요 김작가님.



작심삶일 / 글 : 이작가(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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