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부탁드립니다.
되는대로 혹은, 될 때까지 / 김작가
그래도, 스토리팀입니다.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내 꿈은 언제나 '글쟁이'였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불행히도 다행히도 그 언저리에 머물며 꾸역꾸역 글을 쓰는 일로 월급을 받아먹고 있다.
<작심삶일>의 첫 글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까 고민하다가, 직장에서 글을 쓰며 지내온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얼렁뚱땅 글을 쓰게 된 기간이 어느새 7년이 되었단 사실에 현타를 맞았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분명히 나도 5년 차, 7년 차, 10년 차쯤이 되면 라디오든 예능이든 시트콤이든 드라마든 내가 쓴 작품 한 편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재의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온전하게 이룬 게 없다. 그냥, 되는대로, 시키는 대로 글을 쓰는 직장인일 뿐.. 내 7년은 어디로 사라진 건가..
직장을 다니면서 방송 미리보기 홍보문구도 써봤고, 바이럴 영상 광고 구성안, 유튜브 콘텐츠 대본도 작성해보고, 그림동화, 홍보 웹툰 시나리오도 쓰긴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온전히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늘 어설프게 미완성한 글을 내놓으면, 직장 내 나의 사수가 알아서 수정해서 완성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니, 나의 의욕은 사그라져 들었고, 그저 되는대로 쓰고 넘기기에 급급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검수 부탁드립니다"
내가 쓴 원고를 넘기며 건네는 이 말들 속에는, 이런 의미가 숨어있었다.
"나는 여기서 더 못 쓰겠다. 네가 마무리를 해줘라."
"내 원고엔 문제가 있다. 답은 네가 찾아라."
"틀린 곳을 찾아줄래. 나는 못 찾겠다 꾀꼬리."
그렇게 나의 숙제를 떠넘기면서 '나는 일을 해온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늦게 시작했으니까, 내 사수가 더 오래 글을 써왔을 테니깐, 난 저들보다 못하는 게 당연해'라고 합리화했던 것 같다. 그럴 시간에, 내 글이 수정되는 것에 분노하며 다시는 못 건드리게, 더 완벽히 쓰기 위해, 선배들의 실력을 따라잡을 노력이란 걸 했어야 했는데, 그놈의 쓸데없는 합리화를 무려 7년째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현재 회사에서 이작가님(팀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본인의 글에 대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척했지만, 사실 굉장히 부러웠다. 원래 원고는 수정하라고 쓰는 거 아닌가? 그냥 되는대로 쓰고 피드백받는 게 빠를 텐데, 단어 하나하나 신경 쓰며 초안을 수십 번 바꾸는 모습에, 자신의 글을 내놓고 상대를 설득해버리는 과정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 작가라면 자기 글에 긍지를 가졌어야 했는데...
회사에서 스토리팀이라는 이름하에 스토리가 아닌 텍스트 쓰는 일을 시킬 때에도 불만은 있었지만, 되는대로, 못하는 대로 글 쓰는 일이라고 합리화하며 대충 하고 넘기려 했다. 근데, 이작가님은 안 해본 분야라도, 될 때까지, 잘할 때까지. 의미없는 텍스트 일이라도, 글이니까 완벽할 때까지 붙잡으며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번 브런치 매거진도 이작가님의 이런 "될 때까지" 마인드에서 출발되었다. 비록, 지금 회사에서 스토리팀 일을, 글 다운 글을 못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놓고만 있을 순 없기에, 일상에서도 일에서도 작가의 마음을 놓지 말자며 이 브런치 매거진을 제안하셨다.
"이 브런치 매거진에서만큼은 상상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장르 구분 없이 자유롭게 쓰세요. 여기서는 컨펌받고 수정할 일 없으니, 부디 그냥 편하게 써요."
회사를 다니면서, 누구의 확인도 없이 내가 쓴 글이 날 것 그대로 발행되는 건 이 글이 처음이다. 이 매거진에서 되는대로 내 맘대로 날뛰다 보면, 언젠간 나도 될 때까지, 완벽해질 때까지 내 글을 붙잡는 날이 올까?
브런치 매거진의 이름처럼,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작가로서의 마음이 자라날 수 있도록 이 매거진이 좀 오래오래 연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완성된 글이 아닌, 나의 자부심이 될 작품을 하나쯤은 쓸 수 있기를.. 다시금 꿈꿔본다.
하아, 그래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상당히 불안에 떨고 있다. 컨펌 받지 않고 발행해도 되나... 한번 봐주시면 안 되나.. 확인 부탁드립니다..ㅠㅠ
작심삶일 / 글: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