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또 만나요.”
마지막 수업이라서일까? 항상 25분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50분 수업을 신청한 날이었다. 학생 대부분이 일본인이었지만 이 학생은 대만인이었는데 통통한 얼굴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남학생이었다. 21시에 수업이 끝난 후 나를 부르더니 감사하다고, 잘 지내라는 따뜻한 말을 전해왔다. 뿌듯함, 감사함, 시원함, 섭섭함, 아쉬움, 즐거움, 감동적임… 여러 감정이 마음속에서 치고 올라와 목이 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노트북 화면을 마주하고 앉아 나는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고 학생은 이를 배우는 시간. 이 노트북 속 세계에서 1년간 강사로 일했다. 심지어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이 하던 부업이었다. 부업이 처음이 나에게는 여러 시행착오와 부침을 거듭한 1년이었다. 일본인 친구의 소개로 교육 플랫폼에서 외국인(대부분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회사에서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수업의 내용부터 가격, 진행 시간, 수업 후 요약 내용 발송, 사용 교재까지 모두 직접 만들고 다듬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학생 질문에 답변하거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의 이벤트에도 용기 내어 참여했다.
재택근무지만 세심하게 살필 부분이 많아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본업을 제외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는지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재미를 느끼니 학생에게 가르칠 내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
매일 수업 전에 자료를 준비하고, 어떠한 말을 할지 정리하고, 화장하고, 웃으며 학생을 반기고, 수업이 끝나면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던 나날들. 너무나 바쁘게 하루하루가 흘러 업무 외 다른 건 생각할 틈이 없었고, 이 부업을 통해 얻은 건 생활금으로 보탤 돈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달라진 건 인터넷상에 글을 쓰고나서다. 마지막 수업 후 가볍게 글 한 편으로 부업 이야기를 털어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웬걸, 노트북 속 세계에서 경험한 일들이 온천수처럼 머릿속에 끝도 없이 샘솟았다. 이때, 샘솟은 기억 속에 미처 깨닫지 못한 보석이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리라 다짐한 후 브런치에 발을 들였다. 한 편, 한 편 글을 쓰면서 끝도 없이 샘솟는 생각이 정리되고 부업이 지닌 돈 외의 다른 의미를 알게 되길 바란다. 이건 1년간 내 인생을 점유한 일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재택근무였지만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경쟁과 보람 속에서 버텨온 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일본인이 대부분인 강사 플랫폼에서 고군분투한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유쾌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프리랜서 김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