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업 강사의 시간
[3월]
여러분의 인생에서 부족한 건 무엇인가?
잡을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손에 얻고 싶은가?
나는 유쾌함과 관대함을 수중에 넣고 싶다. 왜 그렇게 항상 심각했을까. 모든 일을 너무나 깊게 생각하고 당장이라도 망해버릴까 봐 걱정했다. 그러면서 남몰래 욜로족과 유쾌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몇 년간 흠집이라도 잡힐까 예민하게 행동하다가 퇴사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끌어당기는 건, 지도자로서 진정으로 존경받는 데 필요한 건 ‘유쾌함’과 ‘관대함’이라는걸.
왜, 언제부터 이런 성격이 형성되었는지는 모른다. 성장 과정에서 크게 상처받아 예민해졌을까? 특별하지 않은 내가 이렇게라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걱정하며 살지 않으면 경쟁 사회에서 뒤처져버릴까 봐 그런 걸까? 시발점은 모르지만 심화한 시점은 어렴풋이 알겠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졌다. 일하는 만큼 수입을 올리면서 ‘월급 루팡’이 불가능한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시간 루팡’, 즉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게 견디기 힘들어졌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시간을 낭비하면 나의 삶과 가치관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나도 빈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한국어 강사 부업을 해볼지 고민했는데, 강사 사이트를 이용하던 일본인 친구가 ‘연경 씨는 일본어를 잘하니까’라고 말하며 추천한 뒤부터였다.
솔깃해서 강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일 수 있지만 ‘매일매일 화장하는 게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수업 때 학생에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씻고 단정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집에서 부스스 일어나 일만 하면 되는 게 최고의 장점인 프리랜서 번역가가 매일 단장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금방 언급한 월급 루팡이 안 되니 안 꾸며도 된다는 장점이라도 누려야지. 화장할 필요가 없는데 시간을 들이는 게 아깝게 느껴졌다. 결국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중대한 이유로 인터넷 강사 업무를 손에서 떠나보내는 듯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덥던 어느 날. 다시 빈 시간의 틈을 메꾸고 싶은 욕구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어 강사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시 부업이나 재테크를 하는 지인이 많기도 했다. N잡러, 파이어족에 관심이 많던 친구들은 부업이나 주식에 발을 들였다. 나도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부업에 뛰어들고 싶어졌다. 내가 일한 플랫폼의 인터넷 강사는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었기에 부담 없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마음은 이후 일할 때도 이어져서, 강의를 하며 힘들거나 고된 일을 겪어도 ‘내가 즐겁게 해야 학생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할 수 있어. 내가 부업에서까지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으니 유쾌하고 가볍게, 무시해도 될 부분은 가벼이 지나가고, 적당히 마음을 쓰면서 일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을 먹으니 결단력 있게,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고 매사를 어렵게 생각하던 나에게 좋은 점으로 작용했다. 부업을 하며 처음으로 유쾌함과 관대함을 지니고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강사 준비를 했다. 이력서를 넣자 순조롭게 면접까지 진행되었고 예상 질문을 미리 연습해 임했다. 예전에 한국어 교육을 공부한 적이 있지만 다시 참고할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꼼꼼하게 공부했다.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에 훌륭한 강사님들의 강의가 많다. 그분들의 강의 방식을 보고 나는 어떻게 지식을 전달할지 입으로 내뱉으며 연습했다. 강사 사이트에서 회화가 가장 인기 있었기에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에서 한국인과 편하게, 재미있게 회화하고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목표로 최신 한국 유행 단어를 넣고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누어 교재를 준비했다. 교재와 강의에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힘썼다. 그 외 프로필 유튜브 촬영, 포토샵으로 강의 내용 꾸며서 올리기, 수업 가격 책정하기 등 많은 작업을 본업 업무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준비했다. 한 발, 한 발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한국어 인터넷 강사’라는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프로필을 공개하며 나의 인터넷 강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앞에 더 많은 산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
01.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래요
‘나는 번역을 합니다. 주위에서는 걱정을 합니다. (중략) 실력은 정말 볼 것 없지만 지금은 이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보잘것없는 자투리 번역 인생이라도 나는 이 일이 좋습니다.’
유명한 영상 번역가인 황석희 번역가님이 예전에 쓴 글이다. 언제 안정 궤도에 오를지 모를 프리랜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성공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일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포함 많은 사람은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했다. 이유는 심플하다.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생기는 힘은 가히 놀랍다. 월급 루팡은 어렵지만 이를 대신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프리랜서의 삶을 살며 힘든 적은 있었지만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프리랜서 김연경
#일본어 #한국어강사 #부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