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수업 (1)
일본어 부업 강사의 시간
[9월]
첫 시작은 항상 두근거린다. 사람들은 일에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지는 삶을 꺼려 하지만, 반대로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과 두려움에 손까지 떨면서 긴장하는 사람도 많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지혜가 담긴 속담도 있지만 시작은 힘들고 여전히 뛰는 가슴은 좀체 가라앉을 줄 모른다. 하지만 일을 시작할 때와 익숙해졌을 때 모두 힘든 부분이 있다면, 이왕 일하는 거 모든 과정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플랫폼에 프로필을 공개한 지 2일이 지났다. 프로필을 공개한 후에는 학생이 수강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아직 수업해본 적이 없는 햇병아리 강사인 나는 강의하면 어떤 느낌일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하지만 플랫폼에 넘쳐나는 강사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진즉에 들었다. 플랫폼을 둘러보고 초보 강사 티칭 수업까지 들은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나 좀 봐주세요~! 소리치기 작전.
강사는 매일 칼럼을 쓸 수 있다. 칼럼이라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전혀 아니다. 사소한 일기부터 유행하는 한국 문화까지 주제는 다양했다. 칼럼을 쓰면 칼럼 게시판과 프로필 옆에 표시되고 학생들의 눈에 내 프로필이 띌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 학생이 타깃이니 일본어와 한국어를 함께 작성하면 좋다. 나는 수업 초기에 매일 칼럼을 작성했고, 마지막에는 항상 이 문구를 썼다.
‘더 많은 한국어를 알고 싶다면 칼럼 옆 프로필 사진을 눌러주세요(하트)(하트).’
2. 내 강의 어때요?
한국어 인터넷 강의라는 첫 시작에 두려움을 느끼는 강사는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해당 플랫폼을 오래 이용한 한국어 학습자가 강사의 수업을 무료로 듣고 평가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수업 후에는 객관식, 주관식 질문에 답해 수업 내용을 평가해주었고 리뷰를 남겨주는 학습자도 많았다. 리뷰를 남기면 프로필에 표시되는데, 최신 리뷰가 많을수록 학생이 늘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 괜찮은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학생 유치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볼 수 있겠다. 혹여나 무료 수업이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새에 강의 자세가 불량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수업이 나의 적성에 맞았는지 무료 수업, 유료 수업, 할인된 수업 등 모든 수업에서 항상 즐겁게 열정을 쏟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매일매일 칼럼을 썼다. 그런데 첫 수업의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심지어 무료 수업이 아닌 유료 수업이었다.
본업의 업무를 하던 중에 갑자기 한 학생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얼른 확인해보니 1시간 뒤에 수업이 가능하냐는 내용이었다. 플랫폼에서는 최대 24시간 전까지 수업을 신청해야 했기에 1시간 뒤는 신청할 수 없었고, 혹시나 가능할까 싶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거였다. 사실 24시간 전까지 수업 신청이 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해결 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버벅거리면서 틀린 방법을 가르쳐줬더니 역시나 학생이 신청은 안 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 이건 내 영역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플랫폼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바로 시스템 조정을 해주었고, 이윽고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6시 30분, 나의 생애 첫 인터넷 수업.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확신하는 나이거늘 이 시간만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남은 시간은 1시간. 갑자기 본업에 급한 업무가 생겨서 30분 만에 처리한 후 남은 30분간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고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 대면 수업은 아니지만 직접 수업을 이끌 생각을 하니 심장 소리가 쿵, 쿵 들릴 정도로 떨렸다. 스카이프 채팅창에 필요한 단어를 써주기 위해 손은 키보드에 올려둔 채 16:30이 될 때까지 노트북 창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수업 10분 전 잠시 후 수업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6:30 정각에 스카이프의 영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
02. 오랜만에 화장한 날은 사진을
이전 챕터에서 ‘월급 루팡이 안 되니 안 꾸며도 된다는 장점이라도 누려야지’라고 언급했듯이 프리랜서 번역가는 굳이 화장을 할 필요가 없다. 일만 잘하면 된다. 영상으로 회의를 진행할 때도 눈에 띄게 꾸미고 나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당연히 프리랜서도 화장하고 싶을 때는 한다. 중요한 약속이 있던 어느 날. 베이스 메이크업, 색조 메이크업, 왁스와 스프레이, 고데기를 이용한 머리 스타일링, 몸을 조이는 원피스. 오랜만에 꾸미고 밖을 나갔다. 이럴 때는 항상 사진이 찍고 싶어 진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화장했으니 그냥 두기는 아까워서! 셀카가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 사진을 찍어본다.
-프리랜서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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