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수업(2)

일본 부업 강사의 시간

by 리나

스카이프를 보니 머리를 묶은 40대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치자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 목소리는 잘 들린다며 채팅창에 글을 남겨주었다. 나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구나. 나와 그녀의 표정 모두 당황스러움에 물들었다. 음 소거되었는지 확인했지만 문제없었다. 이어폰을 노트북에서 뺐다가 다시 끼워도 목소리가 안 들렸다. 잠시 노트북을 살피다가 이어폰을 다시 끼우고 음량을 크게 키웠더니 다행히 연결되었다. 이후 다른 수업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하필 첫 수업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중에 생각하니 어이없었지만 해결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더는 당황할 일은 없었다. 그래. 해결 방법만 알게 되면 무서운 일은 없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수업을 신청해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기다리던 첫 손님인데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괜찮다고 답변한 후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녀는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 배우 ‘공유’가 좋아서 드라마 대사를 알아듣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는 독학했지만, 한국 사람과 이야기해보고 싶어 했다. 토픽(TOPIK, 한국어 능력 시험)보다는 회화를 잘하고 싶어 했다. 난생처음 원어민 앞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말문이 막힐 법도 한데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한글을 모르는 완전 초급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말을 할 때 생각을 오래 하고 표현이 조금 서툰 것을 보아 중급 단계로 보였다. 나는 선생님이고 도움을 주어야 하기에 자기소개와 목표, 스몰 토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학생의 실력을 판단하고 적합한 교재로 수업해야만 했다.


수업 교재의 첫 주제는 ‘코로나’였다. 당시 한국과 일본 모두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면서 확진자가 늘고 있었기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꼭 코로나가 등장했다. 최근 한국 이슈를 다루고 싶었기에 첫 주제를 코로나로 정했다. 교재를 공부하면서 주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프리 토크도 진행했다. 교재만 공부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은 확진자가 많아요(‘많아지고 있어요’라는 표현도 써서 이야기해보았다). 일본은 어떻나요? 백신은 맞았나요?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쏜살같이 지나가서 5분처럼 느껴진 25분 수업이 끝났고,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학생과 소통하며 느낀 즐거움이 차올랐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수업 후 단어와 표현을 정리해서 발송해주었고, 잠시 뒤 학생이 리뷰를 남겼다. 리뷰가 등록되었다는 알림을 본 후 클릭하기 전에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25분 수업이지만 내용이 알차고 정말 좋았습니다.

(중략)

선생님이 일본어를 정말 잘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즐겁게 수업해주십니다. 초보자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선생님입니다!


다행히 수업 평은 아주 좋았고 이후 학생들의 수업 예약이 점차 늘었다. 일이 풀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프리랜서 라이프>

03.장비빨(장비발)이에요.

유튜브에서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유튜버에게 화장을 해준다. 유튜버도 평소 뷰티 콘텐츠를 다루기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쓰는 제품을 거의 다 알고 있는지 “아~, 이게 또 레전드템이죠.”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그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한 마디.


“맞아요. 전 완전 장비빨이에요.(웃음) 하지만 뭐. 좋은 장비를 많이 아는 것 또한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나 같은 번역 프리랜서에게도 장비가 중요하다. 장비를 바꿀 때마다 찍어놓은 사진이 있는데, 처음에는 오래전 구매한 노트북만 덩그러니 있다가 점점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의자, 태블릿 등 점점 화려해진다. 최근에는 일어서서 일하는 책상과 마우스를 새 걸로 구입했다. 부업을 할 때도 사양이 뛰어난 노트북이 있는 덕분에 영상이나 채팅이 끊기지 않고 학생과 바로 눈앞에서 대화하듯이 수업할 수 있었다. 느린 장비를 참기보다는 실력에 장비로 날개를 달아보는 건 어떨까.


-프리랜서 김연경


#일본어 #한국어강사 #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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