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 가게의 기적

by anego emi

잘해야 한다는 생각.. 그것이 시작을 막는다.

잘하지도 못하는 데 시작은 아직 멀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고 며칠이 지나면

뭘 하려 했는지가 흐릿해지고 그걸 또 해서는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잘하려는 그 욕심이 내가 하려는 그것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든다.


그러고 보면 대단한 일이란

남들이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조그만 가게의 소바 세트처럼…


푸짐한 양에 단아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폭신폭신 한 식감에 육즙이 터져 나오는

가지 튀김은 감격스러웠다.

가지를 안 먹으려 애쓰던 꼬마도

척척 잘도 손이 간다.

함께 시킨 맥주 맛도 훌륭했다.

어느 집에나 있는 생맥주를

살짝 얼린 잔에 참으로 맛있게 따랐다.

대단한 일들이 이 작은 소바 가게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맛있게 먹다가 문뜩 드는 생각...

지금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면

저 커플처럼 가라아게를

하나 더 시켜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남은 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