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전을 부치며 와인을 홀짝이는
나를 엄마는 빤히 보며 말했다.
“ 너 아무래도 알코올 중독인 거 같다.”
나는 연휴 내내 쉬지 않고 움직이며
쉬지 않고 와인을 홀짝였다.
마시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 내 시간들이
고스란히 투영대는 순간이었다.
나는 집이 편하지 않았다.
달콤하고 달콤해야 할 집.
그 홈 스위트 홈이 나에겐 풋과일처럼 썼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나는
맨 정신으로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유의 중심에는 당연히 내가 있다.
지금의 내가 성에 차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내가 어떻게 살아갈 지도 막연했다.
그 죄책감과 두려움이 나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되게 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즉 마시지 않으면
나의 본색을 어느 순간 드러낼 것이고,
이런 내 모습은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해왔다고
굳게 믿어온 부모님의 가슴을 아프게 할 것이고,
그때부터 자식 농사에 죄다 실패했다는
아버지의 넋두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삶.
무엇에든 중독되지 않으면 자책하게 되는 삶.
그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환하게 웃고 더 큰 소리로 호언장담을 하고
얄팍한 지갑을 열며 나의 건재를 외친다.
몽룡해진 취기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은 나는
나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게 된다.
실실 웃음을 쏟아내는 내 곁으로,
슬그머니 언니가 다가와 빨갛게 열이 오른
내 볼을 꼬집으며 방금 부처 낸
전 한 접시를 놓고 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전을 입속 가득 밀어 넣고
차가운 와인 한 모금을 삼켜본다.
어느새 희미해진 내 눈앞에서 조카들이 장난을 치고, 맥주캔을 쥔 막내 동생이 내 목을 감싸 안으며
큰소리로 무어라고 떠들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참기름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물을 무치던 엄마는,
그런 나를 무심한 듯 힐끔 거리며
혼잣말처럼 내 뱉는다.
“ 재 벌써 취했다. 그래도 웃으니 좋네~
우는 것보다 백배 낮다. ”
남은 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