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기 위해서 먼저 다양한 작품을 읽어야 하는 것처럼,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카피를 접해야 하지요. 좋은 글귀를 모으듯 좋은 카피를 모으고, 제품 혹은 타깃과의 연관성을 추론해보는 것은 소위 광고나 마케팅에서 말하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되죠. 저는 신입시절부터 다양한 카피들을 필사해왔는데요, 그 이유는 제 사수의 권유 덕분이었죠. 그녀는 한 줄 한 줄 손으로 쓰면서, 왜 이런 카피를 썼을까 를 고민해 보고 자신만의 버전으로 다시 쓰는 연습을 하라고 했죠. 이 연습은 카피라이터로써 필력이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혹, 새내기 카피라이터라면 꼭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저는 제가 번 아웃되어 광고회사를 떠나던 그전까지 꾸준하게 카피를 모아 왔는데요, 대학노트부터 다이어리, 스케치북 등 다양한 곳에 필사를 했답니다. 제법 아끼던 카피가 담긴 노트들은 함께 고생한 부사수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들은 책장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죠. 주말에 책상 위에 쌓이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이 낡은 전유물들을 다시 발견하고 , " 요즘 도움이 되는 카피에 관한 책들이 별로 없다고' 투덜 되던 후배의 넋두리가 문득 떠올랐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신입시절에는 꽤 괜찮은 카피에 관한 책들이 있었지요. 일본 최고의 광고회사 덴츠의 날고 기는 카피라이터들이 쓴 카피라이터 입문서도 있었고, 실전에 도움이 되는 분야별로 다양한 카피가 실린 책들도 있었지요. 이 책들은 흔히 카피가 막힐 때 숨통을 튀어주곤 했기에 카피라이터들의 책장에는 반드시 한두 권은 있기 마련이었지요.
물론, 카피야 쓰면 쓸수록 늘지요. 문제는 그 쓰면 쓸수록입니다.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이 바로 카피라는 이상한 문장들이거든요. 왜냐하면, 카피는 글을 쓰다는 개념보다 아이디어를 쓴다는 개념에 가까운데요, 이 아이디어라는 게 단순하게 기발한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제품 판매에 도움을 주는 어떤 것이라야 하거든요. 그러니 머리가 복잡해지지요. 문장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니 한 줄도 못쓰겠고, 무엇을 써야 할지는 알겠는데 문장력이 부족하니 속이 터지지요.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남들이 써놓은 카피를 읽어보는 것입니다. 먼저. 문장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아이디어를 읽습니다. 그다음엔 아이디어를 풀어 나가는 방법을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써야 할 카피에 대입해 보는 것입니다. 처음엔 무척 어렵다고 느껴질 텐데요, 결과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이어가면 쉬워지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때부터 카피 쓰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됩니다. 소위, 카피 쓰는 재미를 알게 되지요.
요즘 시대에는 카피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들만 쓰는 것이 아니랍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매일 쓰는 SNS의 짧은 문장도 카피에 가깝지요. 내 생각도 내 생각이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의 반응을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요. 스마트 스토아나, 블로그 마켓 등...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요즘, 자신이 만든 물건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글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죠 , 게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넘치는 스타트업들은 자신이 만든 멋진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쉽고 매력적으로 소개할까에 골머리를 앓지요.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카피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낡은 카피 다이어리를 펼치고 주옥같은 카피들을 하나씩 소개할까 합니다. 그리고 베타랑 카피라이터였던 저의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고, 아울러, 그 시절의 트렌드와 저의 추억담도 적당히 곁들어 읽는 재미를 더할까 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과 자신이 물건과 서비스들을 소개하고 어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아네고 에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