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4시간 앞의 나만 보기
회사를 떠나 백수가 된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시간이라는 녀석은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도 흐른다. 처음 한 달간은 아직도 회사에 목매인 지인들이 틈만 나면 찾아와 ' 네가 부럽다. 네 용기가 대단하다.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다. '라고 목청을 높여가며 술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그다음 달은 ' 긴 여행을 가든지 절절한 연애를 하던지... 그간 못했던 거나 실컷 하라고 또 나를 부추 인다. 어느덧 3개월째가 되자 차분하게 목소리를 깔고 ' 슬슬 앞으로 뭐하고 살지 생각해야 되지 않아? 아직 반토막이나 남은 인생은 어쩔 거야? '하고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는 무시무시한 제안도 서슴지 않는다. 고작 3개월... 그들이 허용하는 일하지 않고 소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허용되는 시간은 딱 고만큼인 것이다. 최근에 사들인 책들 속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구절인 '오늘에 집중'하며 살고 싶은데 아니 살아보려고 애쓰는데 주변이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걱정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 앞에 대단하지는 않아도 소위 내일을 위한 그 어떤 플랜도 꺼내놓지 못하는 나는 지금 괜찮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회사를 다니지 않은 다는 것, 일을 하지 않은 다는 것은 내일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지구가 멸망해서 모두 백수가 되지 않은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길어봐야 24시간이 지나면 오늘이 된다. 즉, 24시간 앞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낼지 생각하면 그만 인 것이다. 그렇게 24시간이 지나면 또 시작 돠는 새로운 오늘을 위해 쭉 살면 - 뭐 후회 없이 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낮지 않을까? 그래... 이제부터 흔들림 없이 24시간 앞의 나만 보고 살아보는 거다. 갑자기 무거웠던 기분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해결책 : 회사에 평생 충성할 것 같은 친구와는 가능한 둘만 만나지 않는다. (결국 대화의 시작과 끝은 회사가 될 테니까...) 세상일 혼자 다 하는 듯한 지인의 SNS는 잠시 꺼둔다.( 자꾸 보다 보면 순간 내가 쬐금 한심해짐 ). 다가올 오늘을 위한 To do 리스트 닥치는 대로 짜보기 ( 먹고 싶은 메뉴.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빨래하기. 청소하기. 운동하기 등등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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