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재해석

by anego emi

나는 모릅니다

기계라고는 켜고 끄는 것 밖에는 모르고

밤늦도록 집에 들어갈 줄 모르고

뭘 사야 할지 한 번에 기억할 줄 모르고

휴일에 좀처럼 일어날 줄 모르죠


스마트하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몰라도, 아무 걱정도 하지 않은

낙천주의자가 된다는 것


How to live

smart


나는 모릅니다

딸 자랑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보고 또 봐도 지루한 줄 모르고

함께 있을 때 피곤한 줄 모르고

딸 재롱에 밤새는 줄 모르고


스마트하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드는

영원한 딸바라기가 된다는 것


How to live

smart


10년이 넘게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그 기능을 다 알지 못한다. 가끔, 애플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사용 팁들을 보다가, 이런 편리한 기능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 여전히 단순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계치인 내가 한심해지도 한다. 스마트하고 스피디하게 살아야 한다는 요즘,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기계가 나를 앞서니 셍각만해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모르고 사는 것이 스타트한 삶이라는 제안은 괜스레 위안이 된다. 위 카피는, 제품이 스마트해질수록 나는 무지하고 게을러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스마트라는 개념의 재해석을 은연중에 깔고 있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아주 스마트하게 자신들의 스마트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종합 영양제 카피를 예를 들어 써보자.


모르는 게 약입니다.

몸에 좋은 거

눈에 좋은 거

위에 좋은 거

뼈에 좋은 거

간에 좋은 거


뭐가 뭔지 몰라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만드는 것


건강을 지킨다는 것

00 종합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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