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맛

by anego emi

32도씨가 될 무렵, 초콜릿의 봄은 찾아옵니다.


초콜릿은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찬란히 데뷔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몸이 천천히 녹여질 때, 초콜릿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의 입 안에서, 대략 32도씨 정도의 온도에서...

녹기 시작하는 온도가 조금이라도 낮으면,

포장지나 상자 안에서 끈끈하게 녹아버리게 되지요.

조금이라도 높으면 황홀하게 녹아드는

입안의 감촉을 맛볼 수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당신의 입에서 녹아들기 위해서

초콜릿은 절묘한 녹는점을 점지받는 겁니다.

초콜릿의 봄, 부디 눈을 감고 맛봐주세요.

초콜릿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히거나 듣게 되는 카피의 비결은 말 맛에 있다. 카피라이터라면 누구나 카피를 리뷰하는 과정에서, '콘셉트는 명확한데 말 맛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카피는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쓰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날것 그대로를 써내는 것을 카피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특히, 식품이나 제과 같은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카피를 통해 그 맛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에 관한 표현들은 그리 다양하지가 않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말 맛이라는 트릭이다. 요령은 부사와 형용사, 감탄사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초콜릿 광고에서처럼 '달콤하다'라고 말하지 않고 '달콤함'을 표현할 수 있다. 소리로, 감촉으로, 느낌으로, 오감으로 달콤함을 자극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수제 쿠키 카피를 써보자.



향긋한 레몬향으로, 6월의 쿠키는 다가갈게요.


보석함을 닮은 샛노란 쿠키상자를 열었을 때

6월에 탄생한 동글동글 앙증맞은 쿠키들에게서는

향긋한 레몬향이 솔솔 날지도 몰라요.

샛노란 레몬으로 맛있는 마법을 부렸거든요.


초여름의 구름을 닮은 6월의 쿠키 속에 꼭꼭 숨은 레몬들이,

당신의 입안에서 춤을 추듯 상큼하게 녹아내릴 거예요

꼭꼭, 느긋하게 눈을 감고 음미해주세요.

은은하게 퍼지는 레몬의 마법, 느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