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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핑을공장에서 Jul 19. 2019

ABOUT : 여름, 린넨의 계절이 돌아왔다.

SHOGONG MAGAZINE

여름철 대표 소재 린넨


올 해도 역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이제는 여름이 되면 린넨 소재의 옷에 가장 먼저 손이 가고 찾게 된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린넨 옷을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까끌한 촉감과 바람이 슝 통할 것만 같은 린넨은 보기만 해도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린넨의 계절인 여름을 맞아  린넨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준비하였다. 잠시 짧은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보자. 그리고 오늘 린넨 옷을 입고 나온 친구에게 린넨에 대한 소소한 지식을 뽐내보는 것은 어떨까?


린넨이란?


먼저 린넨은 사전적으로 ‘아마사(亞麻絲)로 짠 직물의 총칭’을 의미한다. 여기서 아마는 우리가 흔히 린넨을 부르는 다른 이름인 의 한 종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아마 식물의 줄기를 아마(FLEX)라고 부르고 이를 가공한 실이나 직물을 ‘린넨’이라고 지칭한다. 아마외에도 마의 종류는 20가지 이상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마, 저마, 황마, 대마의 4종류로 크게 구분한다.



보통 모시를 동양의 마, 린넨을 서양의 마라고 부르는데 린넨의 주요 생산지가 북유럽 등지였기에 그만큼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던 소재였다. 사실 우리가 린넨하면 흔히 생각하는 까칠까칠한 촉감은 린넨보다는 모시의 특성에 가깝다. 모시와 린넨을 간략하게 비교해보자면 모시는 린넨에 비해 거칠고 흡습성, 통기성과 같은 성질이 우수해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이에 비해 린넨은 비교적 추운 지방에서 재배되며 모시에 비해 짧고 가늘어 보다 부드러운 특성을 지녔다.


아마 식물에서 나는 아마 꽃. 푸른빛을 띄며 '감사'라는 의미의 꽃말을 가진다.


린넨의 역사


린넨은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식물 소재로 그 역사가 길다. 발굴된 유물, 문헌 기록 등에 따르면 고대에서부터 유럽, 인도, 중국, 이집트 중앙아시아, 알제리, 튀니지 등 세계 곳곳에서 아마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 린넨은 그 명성이 높고 활발하게 이용되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린넨은 빛과 순수함 혹은 부의 상징이었다. 때문에 이집트에서는 린넨을 이집트 왕가의 미라를 둘러싸는 용도로 활용하였으며 한 때 화폐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기원전 4000년 전 이집트의 린넨 공장에서 수 많은 노예들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묘사한 고대 기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 성경에도 린넨에 관한 많은 이야기는 종종 언급되는데 그 중 이집트와 관련한 이야기로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끌고 나온 유대인 중 노예 직조가가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아마 수확 모습


유럽에서도 영국,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아마를 재배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BC 1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린넨 직물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012년 고고학자 Beatrix Nutz가 인류 최초의 여성 브라가 린넨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해내었다. 해당 유물은 오스트리아에서 발굴된 것으로 약 1390년에서 1485년 사이의 중세시대에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함께 17종의 셔츠, 남성용 속옷 조각이 함께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린넨은 어떻게 사랑받게 되었을까?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고대에서부터 유럽 곳곳에서 아마를 제조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중해 부근의 국가들 사이에서 상선을 통한 지중해 무역이 전개되면서 린넨의 제조 기술이 유럽 전체에 널리 퍼져간 이후이다. 이 때부터 린넨은 유럽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17C들어 유럽에서 위생 관념이 보급되면서 린넨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다. 이후 18C 말까지 린넨은 유럽 전체에서 가내공업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며 면직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면방공업에 밀려 린넨 직물의 생산은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린넨은 통기성, 촉감, 고급스런 광택 등 가진 장점이 많아 유럽 상류 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지금까지도 고급섬유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3. 린넨 소재의 특징과 장점


린넨이 과거부터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최고의 천연섬유소재로 인정받는 이유는 원단이 가진 좋은 특성들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자 


1) PH 밸런스

- 린넨은 PH밸런스를 지녀 알러지, 트러블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여기서 PH밸런스란 ‘산성이나 염기성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성을 유지하는 성질’을 의미한다.


2) 천연 향균 원단

- 린넨은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천연 향균 원단이다. 실제 사람의 몸을 봉합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천연 소재로는 린넨이 유일하다고 한다.


3) 흡습성과 통기성

- 린넨은 흡습성이 좋은 소재이다. 흡습성이란 땀, 물과 같은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으로 린넨은 원단 본래 무게의 20% 초과하는 양까지의 수분을 흡수 가능하다. 이를 같은 양의 면과 비교했을 때 공기 중 습기를 면의 약 20배까지 흡수할 수 있다. 또한 통기성 (실 사이의 공간에서 공기가 유통하는 현상) 역시 뛰어난 소재로 더운 날씨에 적합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4) 착용감

- 린넨은 빳빳한 촉감으로 피부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건조가 빠른 특성을 지녔는데 이러한 특성은 린넨이 여름철 대표적인 소재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5) 주름

린넨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주름이 쉽게 그리고 많이 진다는 것이다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리하기 복잡하다고 생각해 린넨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하지만 최근엔 린넨에 진 잔주름을 린넨 고유의 멋으로 인정하고 신경쓰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추가로 린넨은 다른 천연소재와는 다르게 세탁을 거치거나 입을수록 부드러워지고 내구성이 좋아 관리만 잘해주면 몇 십년 이상을 입을 수 있다. 좋은 린넨 옷을 잘 관리하여 사용자의 생활에 따라 잔주름의 위치나 형태가 달라지고 몸에 맞춰 옷이 변화하는 과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을 살펴보는 것은 재미난 경험이 되지 않을까   



4. 린넨 세탁과 관리법


마지막으로 린넨 옷을 오랜 기간 입을 수 있도록 린넨의 세탁과 관리법에 대해 살짝 다루어 보고자 한다. 먼저 린넨을 처음 세탁할 때에는 단독 세탁하는 것이 좋다. 물빠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한 두번의 세탁시에는 린넨에서 잔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천연섬유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린넨 섬유의 깨끗한 잔사가 떨어져 나가면서 옷에 부착되었던 미세먼지도 함께 배출되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본격적으로 세탁방법에 대해 설명하자면 린넨을 세탁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손세탁과 세탁기 사용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손세탁

손세탁의 경우 30도 이하의 미지근한 온도의 물을 사용하자. 물의 온도가 높으면 옷이 수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탁시 울샴푸와 같은 중성세제를 사용하고 섬유유연제의 사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섬유유연제를 사용할 경우 린넨에서 지속적으로 잔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탁시 린넨을 세게 문지르거나 비틀어 짤 경우 옷이 변형될 수 있고 이렇게 해서 생긴 린넨의 큰 주름은 잘 없어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때문에 손세탁시에는 린넨의 오염된 부분만 살살 주물러주는 식으로 가볍게 세탁하는 것이 좋다.


- 세탁기

세탁기를 사용할 경우 옷의 변형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의 울세탁 모드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건조 기능은 옷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세탁이 완료된 옷은 탁탁 털어서 옷의 본래 모양을 잘 잡은 뒤 말려주자. 태양빛을 쬘 경우 린넨 원단이 변색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그늘에서 말려주는 것이 좋다. 손세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말려 주자.


- 다림질

세탁 후 생기는 주름의 경우 큰 주름은 건조시 잘 털어 말리면 대부분 사라진다. 잔잔한 주름은 계속해서 남아있는데 최근엔 여러 브랜드와 매체의 마케팅의 힘인지 린넨의 잔주름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유의 멋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잔주름이 신경쓰인다면 옷이 다 마르기 전에 다림질 해야한다. 린넨이 다 마른 후 다림질을 할 경우에는 린넨의 주름이 잘 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리미의 온도칸에 소재별로 표기가 되있는 경우 린넨칸에 맞추어 다림질을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중간 정도의 온도로 다림질하는 것이 좋다. 린넨이 열에 강한 소재이긴 하지만 섬세한 원단이기에 고온에 다릴 경우 하얗게 자국이 남거나 원단이 변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손상은 밝은 계열의 린넨 원단에는 덜하지만 검정이나 네이비와 같은 어두운 계열의 제품에 보다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제품을 거꾸로 뒤집어 다림질하거나 제품의 위에 얇은 천을 덧대어 다림질하면 제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여름을 대표하는 의류 소재인 린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린넨의 매력은 입을수록 부드러워지고 조금씩 변화하는 형태에 있는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주름을 비롯하여 비교적 까다로운 관리법 때문인지 린넨을 즐겨 입는 사람을 보면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린넨에 대해 가능한 많은 것들을 읽히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정말로 그렇게 받아들여졌기를 소망해본다. 또한 글을 읽는 동안 흥미로운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린넨 옷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다음에는 다른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 

쇼공과 함께하는 <베스퍼>의 린넨 9부 바지



writer :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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